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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에너지 잠재력, 높지 않아요”…윤석열의 환경 생각, 팩트일까? [지구, 뭐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나라가 아닙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헤럴드경제가 주요 후보자들에게 주요 환경 쟁점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답변 중 일부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원자력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원도 함께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과연 재생에너지 잠재력에 대한 윤 당선인의 평가는 ‘팩트’에 얼마나 가까울까.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잠재력에 대해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신재생에너지 백서)가 있어 소개한다.

재생에너지 잠재량, 기술적으론 총 소비량의 12배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잠재력이 분명히 있다는 게 한국에너지공단의 결론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기술적 잠재량’과 ‘시장 잠재량’으로 나눠 설명한다. 기술적 잠재량은 이론적 잠재량에 지리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을 반영해 활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을 산출한 것인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약 27억6938만toe(석유 환산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19년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총 소비량(2억3120만toe)의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면, 우리가 매년 소비하는 전력의 12배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기술적 잠재량’이다. 예를들어, 한국에너지공단은 해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재생에너지원(조수, 파도, 온도차, 해양심층수 냉방시스템 등)의 기술적 잠재량이 1억6331만toe에 달한다고 예상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시장 잠재력이 있는 개발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교 산하 정치경제연구소(PERI)가 최근 발간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 내용. [그린피스 제공]

그럼 결국 ‘재생에너지 100%’는 꿈같은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경제성이나 정부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활용 가능한 재생에너지량을 ‘시장 잠재량’이라는 표현을 통해 추정하는데, 이는 1억9539만toe에 달한다. 기술적 잠재량과 비교하면 훨씬 적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총 소비량의 85%에 달한다.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교 산하 정치경제연구소(PERI, 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의뢰로 최근 발간한 한 보고서(이하 ‘페리 보고서’)는 이같이 설명한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정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시장잠재량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2030년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 총량 추정치의 90%에 가까우며, 2050년 한국의 총 1차 에너지 소비보다 조금 많다. 간단히 말해, 한국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개발할 잠재력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힘들어” 거짓말은 아닌 이유

그렇다면 윤 당선인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봐도 될까.

잠재력을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윤 당선인이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앞서 다뤘던 잠재량 논의와는 별개로, 실제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까지 투입해야 할 비용을 함께 고려했을 땐 우리나라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새로운 설비를 건설할 때 투입되는 자본비용이다. 이 비용을 낮추려면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발전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예컨대, 같은 양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비용은 대규모 발전이 가능한 육상 태양광이 일반 가정용 태양광보다 2.5배 저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비교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할 만한 토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페리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을 추정했는데, 태양광 발전원 중 가장 효율이 높은 발전소급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그칠 것으로 봤다. 풍력 부문에서도, 해상 풍력 발전소와 육상 풍력 발전소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다. 해상 풍력 발전은 육상 풍력 발전보다 비용이 2배 이상 비싸다.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교 산하 정치경제연구소(PERI)가 최근 발간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 내용.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의 김지석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전기 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수 년째 검증돼 왔다”며 “다만 대규모 발전소를 지을 토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투자 비용 측면에선 미국 등보다 비싼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장 비싸다고 재생에너지 뒷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뒷전으로 미뤄두기도 어렵다. 지난 수 년간 전 세계 주요국이 재생에너지원에 대규모로 투자해왔고, 이를 통해 생산 비용을 기존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트렸기 때문.

국제재생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G20 회원국의 화석연료 발전 비용은 1㎾당 65~175원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난 10년간 85% 저렴해진 67원, 육상 풍력 발전 비용도 같은 기간 56% 낮아져 46원에 그친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과제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 역시 가능한 빨리 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을 높이고 단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라는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페리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화석연료 소비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해서는 2022~2030년 연평균 약 78조원을 에너지 효율 및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8년에 걸쳐 국가 GDP의 약 3.6%를 투자하는 것과 같다. 총 78조원의 지출에서 약 64조원(82%)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할당하고, 이 65조원 가운데 65%는 태양광, 30%는 풍력 에너지 사업에 사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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