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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비료, 왜 그렇게 많이 쓰세요?”…‘평당 500원’으로 지구를 구하는 법 [지구, 뭐래?]
스마트팜 스타트업 에이아이에스(AIS)의 김민석 대표. 김 대표는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 과다한 비료 사용으로 인한 수질 오염, 그리고 부영양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에이아이에스는 데이터에 기반한 농작업 컨설팅으로 노지 농가의 비료 사용량을 평균 20% 감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너지영상팀]

[헤럴드경제=김상수·최준선 기자] 농업은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범인 중 하나다. 농지 확보를 위한 숲 개간은 탄소흡수원을 파괴하고, 살포된 비료는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비단 생산 과정뿐만 아니다. 농식품이 전 세계 곳곳으로 운송될 때 역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뜨거워진 지구가 식량 생산을 위협하기 앞서 더 효율적인 농업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구에 해롭지 않은 방식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방법은 없을까. 올해로 5년차를 맞은 국내 스타트업 에이아이에스(AIS)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꾼다. 날씨와 토양과 품종 정보를 분석해,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비료 사용은 줄일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스마트팜 사업을 내건 업체는 적지 않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등 시설 내부가 아닌, 논과 밭에서도 스마트해질 수 있음을 자신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에이아이에스는 “노지 스마트팜이야말로 진정한 미래 농업”이라고 강조한다. 에이아이에스의 창업자인 김민석 대표(34)를 직접 만나, 지구를 위한 농업의 잠재력을 엿봤다.

[영상=시너지 영상팀]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합니다.

“에이아이에스는 2017년에 설립됐습니다. 노지에서 자라고 있는 식량 작물들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어떤 농작업이 필요한지 데이터에 기반해 조언해 드리는 것이 저희의 서비스죠. 작물이 잘 못 자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 닥치면 그 상황을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농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스마트팜은 주로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 등 시설 재배를 위주로 발전해 왔다. 논, 밭 등 노지에선 토양, 급수, 온도 등 환경 제어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 보니 정작 생산 안정성이 중요한 식량 작물은 ‘스마트’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국내 식량 작물의 93% 가량이 노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1차 먹거리 생산은 여전히 스마트하지 못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요?

“토양 관리부터 시작합니다. 토양 내 유기물 함량이 어떤지, 수분이나 비료 등 물리성은 어떤지, 물리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경운을 언제 몇 번이나 어떤 깊이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 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나면 파종(씨앗 뿌리기) 입니다. 파종을 언제 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하고요. 또 파종량이나 파종 밀도에 대해서도 계산해서 제시하죠. 파종 이후에는 작물의 생육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을 해서 하게 됩니다. 언제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지 예측하는 거예요.

또 각 과정마다 수분 관리, 양분 관리, 리스크 관리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작물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이 있거든요. 폭우가 쏟아지거나, 장마가 길어지거나, 서리가 내리거나.. 이런 리스크를 맞닥뜨리기 전후로, 피해를 감쇄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 있어요. 끝으로 언제 수확하는 게 좋을지, 수확량은 얼마나 될지 말씀드리면 한 사이클이 지나가는 거죠.”

김경훈 괴산 노지스마트농업 시범사업단 단장(에이아이에스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
노지 스마트 농업은 시설하우스 농업이랑 굉장히 달라요. 시설하우스는 일단 건축물이 있고 창문도 열 수 있죠. 하지만 노지는 비바람이 불건 햇볕이 쬐던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이 없어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돼요. 그러다 보니까 제일 중요한 건 예측입니다. 그런 예측 솔루션을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에이아이에스를 만나게 됐어요. 노지 스마트 농업에서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예측 기반의 농작업 의사 결정을 알려주더라고요. 전문 농업인들은 물론 ‘난 그런 거 이미 다 알아’ 할 수 있겠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상식이 부족한 농업인들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예측의 정확도일 것 같은데요. 에이아이에스의 분석은 얼마나 정확한가요?

“예측하는 항목마다 정확도가 다 다른데요. 우선 파종 이후 언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생육 단계에 대한 예측의 경우는 오차가 앞뒤로 이틀 정도에 불과합니다. 굉장히 정확하게 만들어내고 있어요.

정말 중요한 건 생산량에 대한 예측 정확도인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예측의 정확도가 97.45%였어요. 수확하기 50일 전에 예측한 결과값의 정확도입니다. 파종 직후에 예측했던 결과값도 그 정확도가 95% 수준이었고요.”

에이아이에스가 작물의 생육 단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데이터는 기상, 토양, 품종 세 가지다. 물론 이 중에는 외부에서 구입한 데이터나 기존 연구 자료도 포함된다. 하지만 사업지마다 기상 데이터 수집 장치를 설치하고, 필지 단위로 20여개 토양 샘플을 확보하며, 실제 품종의 생육 상태를 확인해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한다. 이처럼 직접 발로 뛰어 얻은 데이터가 에이아이에스의 핵심 자산이다.

김민석 에이아이에스(AIS) 대표가 농가에 설치된 기상 데이터 수집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시너지영상팀]

-에이아이에스의 솔루션을 도입하면 농가는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감자의 경우 생산량이 23% 정도 높아지는 걸 확인했어요. 콩의 경우도 28% 넘게 생산량이 증대됐고요. 벼의 경우는 애초에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품종이라 생산량 증대의 폭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10% 정도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감자, 콩, 옥수수, 보리, 밀, 벼 등 6개 식량 작물에 대해 서비스하고 있고, 품종으로는 총 217개 품종을 다루고 있는데요. 감자와 콩이 가장 크게 효과를 봤고, 그다음이 옥수수, 보리, 밀, 벼 순입니다.”

-솔루션을 이용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면 망설이게 될 듯한데요.

“솔루션 이용 비용은 한 작기 동안 평당 500원 수준입니다. 땅이 5000평이고 일 년에 두 번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연간 약 500만원이 드는 셈이죠. 토지 샘플링과 기상 관측기 운영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긴 하는데, 생산량 증대분을 감안하면 2년 뒤에 비용을 모두 회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온실 스마트팜의 투자 회수 기한이 통상 25년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짧죠.”

김민석 에이아이에스(AIS) 대표 [시너지영상팀]

흥미롭게도 에이아이에스의 주 고객은 ‘베테랑’ 농민들이다. 주로 귀농한 청년들이 스마트팜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에이아이에스의 솔루션을 도입한 200개 농가 중 160개 이상이 60대 농민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왜 그런가 얘기를 들어보니, ‘옛날에 짓던 대로 안 된다’고 많이 얘기하세요. 파종 날짜, 파종 밀도, 파종 간격이 전부 옛날과 달라지고 있고, 토양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옛날엔 ‘비료 많이 주니까 잘 크더라’ 하면 됐지만, 이젠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게 된 거예요.”

-농민들이 ‘옛날과 달라졌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후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까요?

“우리 대기 중 온도가 1도 정도만 올라가도, 전 세계적으로 식량 작물 생산량이 40% 줄어든다고 합니다. 2도가 올라가면 50% 이상이 줄어들고요. 사실 1~2도 차이는 사람 피부로만 느끼기엔 크지 않은 변화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본인들이 하고 있는 업의 관점에서 보니, 실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 느끼고 계신 거죠.”

-사실 식량 생산은 환경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숲을 개간하고, 토양을 오염시키고.. 에이아이에스 서비스의 목표는 농업 생산량 증대인데, 기후에 부정적인 것 아닌가요?

“농업이 기후 변화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입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죠. 토지에 어마어마한 비료를 뿌리는데, 실제로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건 뿌린 양의 50%가 안 돼요.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비료는 지하수로 빠져나가거나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데, 질소산화물의 형태이기 때문에 온실 효과를 만들어내요. 경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있고요.

그래서 에이아이에스는 비료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환경 피해를 최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저희가 서비스했던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과 비교해 비료 사용량이 20~30% 정도 줄어들었어요. 비료를 과잉 살포하고 있던 일부 농가의 경우 80% 가까이 줄여내기도 했고요.

비료의 양이 줄어들면 일단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동시에 수질과 생물 다양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비료 사용량을 50% 감축한다고 했을 때의 사회적 가치를 환산해 보니, 3000평마다 2900만원 정도의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과 수질 오염 개선 비용, 그리고 아낀 비료값을 합친 숫자입니다.”

에이아이에스가 내세운 ‘지속가능한 농업’은 자본가들의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국내 유명 벤처캐피탈인 한국벤처투자와 소풍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최근 마켓컬리로부터 투자를 받은 또 다른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도 에이아이에스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현재 다음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며, 15억원 정도 투자 유치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에이아이에스에 투자한 임팩트 엑셀러레이터)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산업이 농식품 분야입니다. 농식품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엄청난 환경 변화로 인해 스마트팜 기술이 점점 더 빠르게 도입되고 있고요. 근데, 전 세계 대부분의 농지는 노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설하우스도 아주 좋은 접근이고 의미가 있지만, 결국은 노지 농업에서의 혁신이 진정한 미래 농업의 대안이 될 거예요. 물론 에이아이에스가 가진 솔루션이 아직 부족하고 실증도 더 많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갈 수밖에 없는 미래를 앞당기는 회사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 대표는 스마트팜 기술이 농민들의 ‘머리’ 뿐만 아니라 ‘손과 발’로도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어떤 농작업을 해야 하는지 조언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영역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희가 데이터에 기반해 의미 있는 조언을 해 드린다 하더라도, 그런 지시 사항들을 농가가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농가가 계속 고령화되고, 농가 수 역시 줄어들 테니까요. 결국은 데이터가 추천한 농작업들을, 자동화된 기계가 수행하는 모습으로 스마트팜은 나아갈 거예요. 저희도 그런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human@heraldcorp.com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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