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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오염 주범 플라스틱, 재활용만 잘 되면 착한 소재” [지구, 뭐래?]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 [SK지오센트릭 제공]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기업의 존재 목적인 수익 창출을 포기하긴 힘들겠지만, 기존의 사업 방식으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죠.”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공,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을 거쳐 현재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전통의 정유화학 사업에서 배터리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데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플라스틱은 사용된 후 대부분 소각되거나 버려져서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나 사장은 “플라스틱은 사실 착한 소재”라고 평가한다. 재활용이 잘 돼 다시 새로운 원료나 에너지로 돌릴 수만 있다면, 플라스틱은 우리 삶의 편의성을 높여 줄 ‘지속가능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 사장은 “화학 산업계는 폐플라스틱을 회수해 플라스틱 원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폐플라스틱이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될 수 있는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해 해양 오염 문제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나 사장이 그리는 순환경제는 ‘도시유전’으로 요약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플라스틱을 이용해 원유를 뽑아내자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까지 SK지오센트릭의 연간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100%에 해당하는 250만t 규모를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연간 250만t은 매년 전 세계 해양으로 흘러가는 폐플라스틱 양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해양 오염을 비롯한 환경 오염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목표를 현실화하고자 SK지오센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한다. 우선 1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대규모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자동차 내장재나 장난감 등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등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를 처리할 예정으로, 오는 2025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나 사장은 “울산 플라스틱 리사이클 클러스터를 통해 연간 폐플라스틱 총 30만t 이상을 처리하는 재활용 공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의 확장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해외 투자를 통해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에 활용될 기술 확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 및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을 추출할 수 있는 미국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러지’, 해중합 기술을 보유한 ‘루프인더스트리’에 지분 투자해 아시아 지역 내 마케팅 권리를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은 이들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나 사장은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의 에너지 효율을 강조했다. 그는 “원유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인 시추, 운송, 폐플라스틱의 소각 처리 과정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열분해 방식은 원유 생산 방식보다 60%가량 에너지 소모량이 낮다”고 설명했다.

열분해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열분해유의 원료로 쓰이는 폐비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소각 처리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폐비닐을 소각 대신 열분해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60~80% 감축할 수 있다”고 했다. 열분해 시 발생하는 잔여물은 충진재, 콘크리트 등의 원료로도 재활용할 수 있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열분해유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인증받았다. 플라스틱 쓰레기 1t을 처리할 때 소각 대신 열분해 방식을 택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2.7t 줄일 수 있다. 나 사장은 “이처럼 친환경 사업에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면 다양한 기업들이 더 자발적으로 순환경제 구축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 사장은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선 수거 및 선별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수거·선별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영세한 수준이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은 화성시와 자원순환 인프라 구축 사업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강동구청과도 구 내에서 발생하는 순환 자원의 효율적인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기 위해 SK텔레콤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한편, 나 사장은 오는 26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리는 제2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 연설자로 참여,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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