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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나눠준 안병훈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안병훈은 지난주 자신의 이름으로 후원하는 미국 주니어 대회를 개최했다. 2019년에 첫 대회를 개최한 이후 코로나로 인해 2년 간은 대회가 열리지 못해 이번이 두번째 대회다. 그 2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안병훈은 2019년 프레지던츠컵 추천 선수로 선발되어 뛸 만큼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로 2020년에는 페덱스컵 랭킹 3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2021년 그는 경기력이 급격히 하락하며 PGA투어 카드를 잃었다. 올해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를 시작하며 그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PGA투어보다 더 살아남기 힘들다는 콘페리 투어에서 1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다음 시즌 PGA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요동치는 성적과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병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주니어 대회를 후원하고 게다가 일부러 한국에서 주니어 선수 2명을 초청해 대회를 치렀다. 그 뿐이 아니다. 대회 참가 자격만 준 것이 아니라 대회가 끝난 후에는 굳이 집으로 아이들을 초청해 한 집에서 2박 3일간 같이 먹고 자며 시간을 보냈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미국 주니어 대회를 하면서 왜 굳이 한국 주니어를 초청하는 수고를 하냐는 질문에 안병훈은 한마디로 대답했다. “제가 한국 사람이니까요.”

안병훈은 만 15세에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왔다. 미국을 와보니 자유롭게 숏게임 연습을 할 수 있고 잔디에서 마음껏 칠 수 있고, 언제든지 라운드를 돌 수 있는 환경이 너무도 좋았다. 그의 마음은 자기 경험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미국에서 시합하고 연습하는 경험을 쌓게 해주자.

이번에 안병훈이 초청한 2명의 주니어 선수는 우연치 않게도 15살 남자선수 2명이다. 딱 그가 미국에 왔을 때의 나이다. “그 나이 때는 그저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아요. 아무 고민도 없고, 부모님 얘기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도 않죠. 제가 그랬거든요.” 어른들의 잔소리는 다 싫어할 청소년 때지만 안병훈도 프로님들이 와서 얘기해주면 귀 기울여 듣게 되고 말을 걸어주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사실 아이들이 한번 왔다 가면 고되고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본인이 스스로 더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와줘서 고맙고, 얘기를 잘 들어주니 기분 좋고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골프는 개인 스포츠고 남이나 팀을 위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계속 연락하면서 재능 기부를 하는 것이 골프로 인해 얻는 만족감과는 또 다른 확실한 기쁨이 있단다.

안병훈은 일주일 같이 보낸다고 해서 아이들이 크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저 같이 재미있게, 즐겁게 시간 보내는 것이 목표다. 진중한 얘기를 하기 보다 친구가 되어 함께 놀고 싶었다. 이번에는 같이 골프를 치고, 베스트볼 방식으로 내기도 하고, 어프로치 시합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 때가 되어서 PGA투어에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지금 함께 보낸 이 시간으로 인해 아이들이 외국에 진출할 때 덜 낯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병훈의 이러한 행보가 주니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삶을 도와주고 투자하는 것은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일이기 때문이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peop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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