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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제품 CO₂ 감축효과 카운트...그린투자 안 줄일 것” [人터뷰-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친환경’으로 사업포트폴리오 전환
‘수익·환경’ 부족한 제품 생산 조정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처리 등 5조투자
중장기 高수익·초기 시장선점 마중물
사명 변경 등 순환경제 구축 사활
유럽·동남아·중국 등 진출 본격화
기술력 확보기업 인수·합병도 고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지속적 투자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빌딩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전제품을 대상으로 환경성 계량화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에도 그린부문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임세준 기자

“얼마 전에 친환경에 대한 계량화작업이 굉장히 많이 진행됐습니다. 제품별로 CO₂(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카운트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나경수 사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사 모든 제품에 대한 친환경성 계량평가가 최종 단계에 도달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나 사장은 “제품을 수익성과 환경성이라는 두 축으로 매핑(mapping·지도화)하는 데 지금까지 환경은 좋고 나쁨을 측정하는 기준이 없고 개념만 있었을 뿐이었다”며 “이에 내부적으로 전 제품에 대해 CO₂ 감축 효과를 카운트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매핑작업 시행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을 숫자로” 전 제품 매핑작업=전통 석유화학회사였던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SK종합화학에서 ‘지구중심적(geocentric)’이라는 의미를 담아 사명을 바꾸고 친환경 부문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수익성과 환경성을 양대 기준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솔벤트나 톨루엔 등의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또 두 가지 기준 중에서 한쪽만 양호한 경우 납품처 조정 등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가 대표적인 예로, 수요처를 전자제품 쪽에서 태양광 부문으로 바꾸면서 수익성에 환경성이 더해지게 됐다. 당연히 두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전략적으로 더 크게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다만 지금까지 환경성 정도를 계량화하는 게 어려운 과제였는데 SK지오센트릭이 CO₂ 발생량을 바탕으로 전 제품 대상으로 벌인 정량화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위기 우려에도 “환경투자, 흔들림 없어”=나 사장은 또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부문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발생될 수 있는 손실을 일정 부분 감수할 뿐만 아니라 그린 부문에 대한 투자의 고삐도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국내외 폐플라스틱 처리 및 친환경 소재 부문에 약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리사이클 프로젝트 가동이 2024~2025년으로, 이를 위해 2022~2023년은 기존 비즈니스를 점차 줄여나가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투자는 대체로 20~30% 정도의 비용 증가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투자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가 환경운동가 같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기업인이기 때문에 수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보통 탄소를 감축해 가격이 올라가면 이익에 저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는 고스란히 경제성으로 이어져 CO₂ 감축을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타사 ‘눈치’에도 순환경제 구축 사활=SK지오센트릭은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석유를 원천으로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의 원료를 당장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이미 사용된 제품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해 추가 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화학업체가 보기에 다소 ‘유난(?)’ 떠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만 친환경 사업에 대한 나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울산 6만5000평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로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 등 3대 화학적 재활용기술이 모두 적용될 예정이다. 2027년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100%에 해당하는 250만t 이상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50년에는 현재 해마다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양의 100%를 재활용한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나 사장은 “도전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숫자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외부 환경 자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2027년에 250만t 이상을 재활용하려면 늦어도 2025년 즈음에는 신규 부지를 닦아야 하고, 해외 건립을 목표로 현재 여러 관계자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 문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보이는 것은 쓰레기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CO₂인데 우리는 이 쓰레기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화학기술을 가진 누군가는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친환경)’ 논란에 대해서는 “지오센트릭이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이 있다”며 “회사명대로 지구를 중심에 놓고 사업을 한다는데 말로만 한다면 정말 큰일 난다”고 했다. 이어 나 사장은 “좀 더 절박하게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해서 이름도 바꾼 것”이라며 “그런데 그린워싱을 하면 제일 먼저 비판을 받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진심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동남아 진출 본격화=유럽 및 동남아·중국 등 해외에서의 리사이클 비즈니스 계획도 밝혔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6월 프랑스 환경전문기업 수에즈, 캐나다 플라스틱 재활용기업 루프인더스트리와 유럽 현지에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환경서비스업체인 베올리아와 아시아 시장 내 순환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나 사장은 “원래 동남아와 중국 시장을 우선 공략하려고 했지만 유럽이 갑자기 뜬 것”이라며 “수에즈·루프가 우리를 선택한 것은 첫째는 기술력이고, 둘째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차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루프로부터 받은 기술독점권을 가지고 아시아 국가에 대한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동남아 쪽은 현재 페트(PET) 부문과 얘기가 오가고 있으며, 중국 내 사업도 조만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사이클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외 기업의 인수·합병(M&A)계획에 대해서는 “이쪽 사업 분야가 매우 초창기라서 M&A에 적합한 업체가 보이지 않지만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친환경 전환)의 조속한 실행에 꼭 필요한 기술이나 핵심 사업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리=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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