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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무시무시한 런치플레이션에…“난 밥 먹으러 강남 호텔로 간다”[언박싱]
가성비 맛집으로 뜬 ‘호텔 구내식당’
하루 네번, 오전 1시 20분까지 운영
5500원 ‘착한 가격’에 손님 몰려
구내식당 정보공유 사이트도 인기
지난 5일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1시 이후에 서울 강남 코엑스에 있는 오크우드 호텔 구내식당에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고 있는 모습.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 5일 오후 점심시간. 서울 강남 코엑스에 있는 오크우드 호텔 구내식당은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점심 물가 1만원 시대’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호텔 인근 회사, 택시기사, 퀵 배송 기사들 사이에서 이곳이 ‘가성비 맛집’으로 떠오르면서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시대에 구내식당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서울 오피스 상권에서는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구내식당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속속 늘었다.

이날 오크우드 구내식당 메뉴는 밥과 제육볶음, 김치, 무채 절임, 두부조림, 우거지 된장국으로 단돈 5500원이었다. 코엑스 내 한식당에서 판매하는 순두부, 된장찌개 가격은 9000~9500원 사이이고, 제육쌈밥 정식은 1만3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40~60% 수준으로 저렴한 셈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후 1시 역시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줄줄이 식권을 끊었다.

일행처럼 보이는 직장인들이 담소를 나누며 삼삼오오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혼밥’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긴 테이블에 지그재그 한 칸씩 띄어 앉아 각자 휴대폰을 보며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 이모(60) 씨는 “일주일에 다섯 번 올 정도다”라며 “강남 물가에 기본 밥값이 1만원인데 이렇게 싼 곳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도 저렴하지만 위생도 깨끗하고 메뉴도 매번 달라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오크우드 구내식당은 운영 시간이 넉넉해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대리·택시기사, 퀵기사들이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택시기사 A씨는 “요새 대리기사나 택시, 퀵 서비스 업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코엑스, 삼성역 쪽”이라며 “하루에 네 번 문을 개방하니 이용하기도 편한 데다가 5500원으로 든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크우드 호텔 구내식당은 하루 네 번, 조식·중식·석식·야식으로 운영한다. 운영 시간은 조식 새벽 5시50분부터 7시50분, 중식은 오전 10시50분부터 오후 2시30분, 야식은 오후 11시20분부터 오전 1시20분까지로 새벽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택시기사와 배달기사들이 애용할 수밖에 없다. 주말에도 운영해 거의 ‘연중무휴’인 셈이다.

런치플레이션에 오크랜드 호텔 구내식당 외에도 수도권 오피스 구내식당도 ‘가성비’ 맛집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공유하는 플랫폼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 소재의 구내식당 정보를 알려주는 웹 페이지 ‘밥풀 닷컴’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밥풀 닷컴에서는 구내식당 운영 시간부터 메뉴,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단체급식업체 아워홈 따르면, 올해 2분기 수도권 오피스 구내식당 이용률은 3월과 비교해 증가했다. 수도권 내 오피스 상권에 있는 구내식당 4, 5, 6월 매출은 각각 3월 대비 10.4%, 17%, 18.3%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아워홈 관계자는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구내식당을 개방하는 곳들이 늘고 점심 가격도 고공행진하면서 구내식당 이용률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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