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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라인더로 방범창 갈았다” 113kg 남성 반지하 탈출기
1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한 반지하 주택에 지난 집중 호우 때 침수로 방범창을 부수고 탈출한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기록적 폭우에 침수 피해를 본 반지하 거주자가 위급 상황에서 벗어난 아찔한 경험담을 전했다.

1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면서 이런 경험 처음 해본다'는 제목의 '반지하 탈출기'가 올라왔다.

185㎝, 113㎏의 체격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작성자 A 씨는 "방범창 사이로 키우던 댕댕이(반려견)를 올려주고, 나는 물이 철철 흘러넘치는 현관문이 안 열려 사고가 정지했다"며 "물이 이미 무릎 아래까지 차 있고, 문틈 중간까지 수압이 높은 느낌이 들어 머리가 '콱'하고 정지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안간힘으로 (현관문을)밀어붙이는데 꿈쩍도 안 하니 정신줄을 놓게 됐다"며 '여기서 죽어야 하느냐'는 생각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주방 찬장에 있던 그라인더로 방범창을 갈아버렸다. 문제는 방치하던 것이어서 배터리가 얼마 없고, 내가 통과하기에는 애매했다"라며 "이렇게 발악해도 죽는구나 싶어 유서라도 쓰자고 하려던 순간, 고기에 불맛을 내려고 산 터보 토치 생각이 났다. 방범창에 불을 쏘고 펜치로 잡아 휘어서 겨우 탈출했다. 그때 물높이가 내 가슴이랑 쇄골까지 차있었다"고 묘사했다.

폭우 특보가 내려진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한 도로에서 군산시 공무원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A 씨는 "갑자기 눈물이 엄청 나왔다. 일단 본가는 가야 하는데 지갑은 없고 폰도 없고 있는 것은 물 가득 머금은 토치와 댕댕이. 울면서 아무 집이나 초인종을 눌러 2만원만 달라고 했다. 여기 밑에 반지하 살던 사람인데 지금 겨우 탈출했다고"라며 "선뜻 주시더라. 집에 가려는데 방문했던 집 아저씨가 뛰쳐나오더니 내 몰골을 보고 '옷을 줄테니 토치 버리고 손도 그만 떨고 들어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날씨가 잠잠해지면 가라'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갔다"고 했다.

A 씨는 마지막 당부의 말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은 언제 어떻게 침수될지 모른다"며 "항상 배터리형 그라인더와 토치, 펜치 등 이런 것을 집에 두고 살아라. 배터리도 충전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난 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이번 폭우 상황과 관련해 "재난방송 등을 통해 시시각각 바뀌는 재난 환경과 위험 상황을 잘 인지해야 한다"며 "산사태와 붕괴 등 위험성도 훨씬 높다. 일시적 소강 상태가 있다고 해도 주변의 수습이나 복구 등을 할 때는 안전에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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