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핵무기 보유수, 美·러에 한참 못 미쳐…대등한 입장서 핵군축은 불합리”
[123rf, AP,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이 핵무기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촉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핵무기의 약 9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앞장서 획기적으로 보유한 핵무기 수를 줄이지 않은 가운데 대등한 조건을 적용받은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17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난 1일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계기로 중국이 미국과 양자 핵군축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핵군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적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미국은 세계 최대 핵보유국 중 하나로서 유엔 등 국제 사회를 통한 합의에 따라 핵군축에 대한 일차적 책임부터 다해야 할 것”이라며 “핵무기 감축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 측은 뉴스위크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NPT에서 공식 인정한 5개 핵보유국 중 하나로서 핵무기 위험으로부터 세계를 구할 방안을 찾는 대화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미국은 중국 정부와 핵무기와 관련된 투명하면서도 실질적인 양자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1일 바이든 대통령이 NPT 평가회의에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밝힌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류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제안한 핵군축 협의에 참가하는 것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핵탄두를 실어 발사할 수 있는 중국 미사일들의 모습. [유튜브 'Al Jazeera English' 채널 캡처]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미국은 5428개의 핵탄두를 보유해 5977개의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1744개, 1588개의 핵탄두를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중국은 3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핵탄두 보유량을 2027년까지 700개, 2030년까지 최소 10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미국 측은 빠른 속도로 핵무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향해 미국·러시아가 참가한 ‘뉴스타트’ 등 핵무기감축협정에 참여하라 압박해왔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1년 5월 발효한 핵무기 감축 협정으로, 이 협정에서 양국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중국 측은 보유한 핵탄두 수를 비롯해 핵무기 운용에 관한 기본 개념에서부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중국은 미러 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군축 협상에 임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선제 사용도 가능한 군사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은 ‘무조건 선제 불사용’을 내세우며 핵무기를 자위적 차원에서 보유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64년 첫 핵실험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 [유튜브 'Al Jazeera English' 채널 캡처] |
류 대변인은 NPT 등 다자간 핵무기 비확산 노력만으로도 중국이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미국 내에선 핵실험 재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최근 몇 년간은 핵무기 현대화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며 “미국이 모범을 보여 NPT 규정을 진정으로 따를 수 있을 때 국제 안보 환경이 개선되고, 글로벌 전략적 안정성 역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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