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세워진 옛 소련의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비
라트비아 리가의 옛 소련 기념 첨탑이 쓰러지고 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
라트비아 리가의 옛 소련 기념 첨탑이 쓰러져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캡처]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우뚝 솟아있던 80m 높이의 옛 소련 시대 기념 첨탑이 25일(현지시간) 완전히 철거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가시는 이날 빅토리아 공원에서 옛 소련 시절에 세워진 2차세계 대전 승전 기념 콘크리트 첨탑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현지 방송이 생중계한 영상에서 오벨리스크 형태의 탑은 중장비를 동원해 밑동부터 제거했다. 중심을 잃은 탑은 거대한 고목이 쓰러지듯 주변을 둘러싼 호수 위로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진풍경을 보러 온 시민들은 첨탑이 떨어지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라트비아 리가의 옛 소련 기념 첨탑이 쓰러지고 있는 모습. [AP 유튜브채널] |
소셜미디어(SNS) 영상에선 친(親) 러시아계로 보이는 일부 주민이 경찰에 항의해 연행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보안을 이유로 이날 빅토리아 공원 주변으로 드론 비행 금지령을 내리고, 교통 통행을 일시 폐쇄했다.
이 기념탑은 리가 시내에서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일 정도로 마천루처럼 높이 솟아있었다.
라트비아가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85년에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군에 맞서 싸운 붉은 군대의 승리를 기념해 세워졌다. 5개의 작은 첨탑이 모여 기둥을 이루는 형태이며, 꼭대기에는 소련의 상징인 별이 세 개 달려있다. 기념 탑이 세워진 양 편에는 붉은 군대 군인들 조각상과 조국을 상징하는 여성이 팔을 높이 들고 있는 동상이 마주하고 있었다. 이 동상들은 사흘 전에 먼저 철거됐다.
1991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라트비아는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214km에 걸쳐 국경이 닿아있고, 인구에서 러시아계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친러계 주민들은 매해 러시아의 승전기념일에는 빅토리아 첨탑에 헌화하며 참전 용사를 기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러시아 여론이 커지면서 라트비아 의회는 지난 5월에 이 기념탑을 제거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리가 시의회도 이를 따랐다.
라트비아 외교부는 이날 트위터에 “라트비아는 이로써 고통스러운 역사의 한 장을 닫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고 자평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