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의 전과 자랑에 “보낸 것보다 더 많이 타격 주장”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유튜브 'US Military'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첨단무기의 모형을 만들어 러시아가 이를 파괴하는데 미사일을 낭비하도록 유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나무로 만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모형을 전장에 배치했고, 이를 실제 무기로 인식한 러시아는 모형을 공격하는데 수주간 최소 10기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위치를 파악해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에 알려주는 러시아 드론의 렌즈로는 모형과 실제 HIMARS를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무인항공기에 HIMARS 포대는 VIP 표적이나 다름없다”며 러시아가 HIMARS 공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초기 성과에 고무된 우크라이나는 모형을 더 만들어 배치했다고 한다.
WP는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측이 거의 매주 HIMARS를 포함해 서방이 지원한 로켓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며 전과를 자랑한 게 모형을 실제 무기로 착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토드 브리아시엘 미 국방부 대변인 대행은 이달 초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원한 HIMARS는 모두 무사하다며 “쇼이구 장관의 최근 주장을 알고 있으며 그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 외교관은 “러시아는 우리가 보낸 것보다 더 많은 HIMARS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총 16대의 HIMARS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가 모형까지 만들 정도로 HIMARS를 보호하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 무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HIMARS의 사거리는 50마일(약 80㎞)로 러시아 병참선과 무기고, 물류 허브 등 고가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 우크라이나가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전진을 늦추는 데 기여했다.
이 때문에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부대를 순시하면서 지휘관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과 포를 파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첨단무기 모형 배치는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장비를 보유한 러시아군을 상대하는 비대칭 전술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격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러시아가 보유한 대량의 로켓, 미사일을 소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연구원은 “가짜 HIMARS에 발사한 칼리브르 미사일은 러시아가 그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에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