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고르바초프 재단 운영 자금 위해 출연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로서 동서 냉전의 종언을 고했지만 소련 붕괴를 막지 못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 1997년 출연한 피자헛 광고의 장면. [유튜브 'Tom Darbyshire'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로서 동서 냉전의 종언을 고했지만 소련 붕괴를 막지 못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91세의 나이로 영면한 가운데, 과거 그가 직접 출연했던 상업 광고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소련이 붕괴한 지 6년 후인 1997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출연한 피자헛 광고 영상이 SNS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공유됐다.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로서 동서 냉전의 종언을 고했지만 소련 붕괴를 막지 못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 1997년 출연한 피자헛 광고의 장면. [유튜브 'Tom Darbyshire' 채널 캡처] |
당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고르바초프 재단’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자헛 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1997년에는 러시아가 국가적 파산 위기에 놓였던 시점이다.
광고 영상 속에서 고르바초프는 손자뻘인 한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가로질러 피자헛 식당에 들어간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손님들은 그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란 사실을 곧장 알게된다.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로서 동서 냉전의 종언을 고했지만 소련 붕괴를 막지 못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 1997년 출연한 피자헛 광고의 장면. [유튜브 'Tom Darbyshire' 채널 캡처] |
이후 두 명의 러시아인 남성은 고르바초프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아버지뻘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엉망이 됐으며, 정치적 안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화를 냈다. 완전한 혼돈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반면, 아들로 보이는 청년 남성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덕분에 기회를 얻었고, 자유와 희망 또한 갖게 됐다고 반박했다.
둘의 논쟁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할머니로 보이는 노년 여성이 둘의 말을 끊으며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덕분에 피자헛을 먹게 됐다”고 말하며 말싸움은 단번에 끝나게 된다. 소련 시절 먹을 수 없던 피자헛과 같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는 부분이란 뜻이다.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로서 동서 냉전의 종언을 고했지만 소련 붕괴를 막지 못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 1997년 출연한 피자헛 광고의 장면. [유튜브 'Tom Darbyshire' 채널 캡처] |
이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던 중년 남성은 피자 한 조각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고르바초프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다(Hail to Gorvachev)”고 말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이 말을 따라한 것에 대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광고가 끝난다.
한편,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당시 광고의 콘셉트는 ‘인물의 여행’이었으며, 소련의 공산주의를 종결시키는 등 역사적 변화를 이끌어갔던 인물의 이미지란 점에서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 |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애니 레이보비츠(Annie Leibovitz)가 찍은 광고 사진을 살펴보면 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고르바초프가 루이뷔통 가방을 옆에 두고 베를린 장벽이 보이는 차창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광고계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광고료로 10만유로(약 1억3500만원)정도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익금 전액은 ‘고르바초프 재단’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환경운동 자금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