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대통령, “정치적 이익 위해 강탈했다” 비난
7일(현지시간) 브라질 관광지 코파카바나 해변에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AP]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브라질 대통령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독립 200주년 기념일을 선거 유세에 이용해 논란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리아와 히우 지 자네이루, 상파울루 등에서 이른 오전부터 군사 행진, 에어쇼, 군 관악대 공연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장갑차와 공군 비행기, 군악대 등이 등장한 열병식이 진행됐다.
이날은 브라질이 1822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지 200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하지만 다음달 2일 대선을 앞두고 보우소나르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해 지지시위를 벌이는 등 독립 축하 행사장이라기보다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관광지 코파카바나 해변에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이 아내 미셸리 여사의 팔을 번쩍 들어보이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글로벌 뉴스 유튜브채널] |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정당 지지자들은 9월 7일 독립기념일을 정치적 시위의 장으로 이용해 왔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지난 7월부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독립기념일 행사 참석을 독려해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오전 브라질리아에서 열병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히우 지 자네이루로 이동해 오토바이 행진을 시작으로 자신의 지지자들과 합류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날 히우 지 자네이루의 유명한 휴양지 코파카바나에는 노란색 옷을 입은 극우 지지자 수 만명이 모여 해변을 가득 메웠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파카바나 연설에서 "나는 특별히 예의차리지 않고, 욕설도 하지만 사기꾼은 아니다”며 여론조사에서 자신보다 앞서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도 대규모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가 열려 3km 길이의 대로 전체가 보우소나루 상징색인 노랑과 초록으로 뒤덮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의 대규모 유세 동원은 자신이 룰라 전 대통령 보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10월 2일 대선 결과를 불복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했다.
현지 매체인 폴랴지상파울루 보도에서 한 정치 전문가는 "(룰라 전 대통령이 앞서는)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만일 대선에서 졌을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부인하려는 시도"라며 "자신이 룰라 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2003~2010년에 집권한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 기념일을 강탈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 계정에 "9월 7일은 브라질의 단합과 사랑의 날이 되어야한다"며 "불행하게도 오늘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브라질이 국기와 주권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썼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