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홍콩에서 한 시민이 영국 총영사관 앞에 헌화하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SCMP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50여년간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중추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현지 영국 총영사관 앞에는 조문객의 줄이 수백m 길게 늘어서고 추모 헌화가 가득 쌓였다.
섭씨 34도가 넘는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조문객들은 영사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는 서너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은 지난 8일 여왕 서거 이후 영국 국기를 조기로 게양하고, 12일부터 16일까지 여왕의 조문객을 받고 있다.
브라이언 데이비슨 주홍콩 영국 총영사는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많은 홍콩인이 오늘 여왕을 추모한 것에 깊이 감동했다. 2500명 이상이 조문록에 서명하고 헌화했다"고 밝혔다.
영국 총영사관은 조문객이 모여들자 트위터에 “대기 시간이 3시간까지 길어지니 물을 준비하고 그늘에서 기다려라”로 안내하기도 했다.
자신이 그린 여왕의 초상화를 들고 온 에밀리 응(30) 씨는 AFP 통신에 "할머니가 여왕이 나온 우표를 수집했고 영국 왕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내가 그들과 매우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영국 왕실에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고 몇차례 답장도 받았다"며 "나는 내가 왕실 가족의 인간적인 면모의 목격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헝모 씨는 "여왕은 홍콩인과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여왕의 죽음은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연모 씨는 "여왕이 홍콩을 어촌에서 국제적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홍콩은 식민지 시절 크게 발전했다"며 "내 딸에게 여왕에 관한 이야기를 홍콩 역사의 일부로서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행정장관의 자문기구 행정회의 의장이자 대표적 친중파 정치인인 레이자 입도 조문을 위해 영국 총영사관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SCMP에 "군주를 잃은 영국인들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영국 총영사관의 예우를 받아 입장해 5분간 머물렀다"고 말했다.
AFP는 "중국이 3년 전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4인 이상 집합 금지가 시행 중이지만 엘리자베스 2세를 추모하는 인파가 영국 총영사관 앞으로 몰려들었다"며 "중국은 반정부 시위 진압 후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을 통해 외세와 결탁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떠한 행위도 단속했는데 현재 분위기에서 홍콩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지난해 1월부터 홍콩인들에 대한 이민 문호를 확대했고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홍콩인 약 10만3000여명이 영국 비자를 신청했고, 그중 9만7000여명이 승인받았다. 올해에도 홍콩인의 영국 비자 신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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