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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우크라 영토의 15% 러시아와 합병 추진…전쟁 새 국면 [나우,어스]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곳, 23일부터 주민투표
우크라 탈환 공세에 11월에서 일정 앞당겨 실시
우크라·美·프·EU·나토 등은 일제히 비난·일축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와 도네츠크 지역 사이에 '도네츠크 주'라고 적힌 대형 표지석 위에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세우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당신은 러시아 연방에 편입되는 것을 지지합니까”

이런 한 줄 짜리 질문이 우크라이나 동부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주 등 4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던져진다. 이들 지역 내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와의 합병 의사를 묻는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해서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주민투표가 끝나면 러시아는 이들 지역과 합병 조약을 맺어 정식 편입 절차에 나선다. “이 곳은 러시아 영토입니다”라고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것이다.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름(크림) 반도를 병합한 수법과 같다. 이는 곧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면 방어용 핵무기도 쓸 수 있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주민 투표 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분리 세력지에서 러시아와의 합병 주민 투표 실시를 결정하는 주민 회의가 열리고 있다. [dw 유튜브채널]

20일(현지시간) 타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친러 세력들은 대의원 회의 등의 형식을 취해 이같은 일정으로 주민 투표 실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대상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자칭 등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공화국 이외에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까지 포함됐다.

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돈바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 적기가 왔다”며 “의회에 관련 법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DPR 의회도 주민투표 실시 법안을 만장일치로 즉시 통과시켰다.

그는 또 투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DPR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승인해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 그는 20일(현지시간) 지역 의회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적기가 왔다”고 말했다. [타스]

LPR 수장 레오니트 파센치크,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예브게니 발리츠키, 헤르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 역시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살도는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을 지원할 자원부대 창설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러시아에선 11월 4일 국경일인 '국민 통합의 날'에 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하르키우 지역을 탈환하는 등 전황이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결정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합병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침범은 모든 자위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범죄”라며 주민투표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에 내려졌다.

주민 투표 지역은 어디?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하리키우 지역을 탈환한 데 이어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인 루한스크 지역까지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dw 유튜브채널]

DPR과 LPR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공화국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이들의 독립을 승인한 바 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에 러시아 점령지가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지역 4곳의 전체 면적은 9만㎢에 이른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토의 15%에 해당하며, 헝가리 또는 포르투갈 땅 덩어리와 맞먹는다.

여기에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크림) 반도와 합하면 12만㎢ 면적이 사실상 러시아령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미국 펜실베니아주(州) 1곳을 러시아에 떼어주는 것과 같다.

특히 동부 돈바스 지역은 제조업이 발달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지역이다. 자포리자에는 유럽 최대 원전 자포리자 원전이 자리하고 있다. 헤르손은 크름반도를 거쳐 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안보 상 전략적 요충지다.

DPR과 LPR부터 헤르손까지 러시아 점령지가 되면 우크라이나는 내륙 국가가 되다시피한다.

투표 절차는 어떻게?

20일 타스통신 보도에 다르면 여론조사 업체 인소마르(INSOMAR)가 지난 19일 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러시아로의 합병 지지율은 LPR에서 83%, DPR에서 80%로 높았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에선 각각 72%, 65%였다.

각 지역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따라 18세 이상 주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는 직접 또는 온라인 방식이 혼용돼, 군인들도 투표권에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PR 당국은 투표소에 국제 참관인도 두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지도부들이 러시아와의 합병 주민투표 실시를 결정한 뒤 박수치고 있다. [타스]

헤르손 지역 친러 정부 관계자들은 우크라이군이 점령 중인 '완충지대'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며, 러시아와의 합병을 반대해도 핍박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민투표를 위한 강제동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현재 상황은 그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고자 함을 보여준다”고 논평했고,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시민들이 러시아에 합류하고자 한다면 그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 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

만일 러시아로의 합병이 가결되면 러시아 정부는 각 곳 괴뢰 정부와 합병 조약을 맺는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곧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특히 러시아의 핵 독트린은 러시아 본토가 대량 살상무기나 핵 무기, 재래식 무기 등의 공격을 받으면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조건은 ▷러시아나 동맹국의 영토를 공격하려는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입수됐을 경우 ▷적이 러시아나 동맹국 영토에 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을 경우 ▷적이 러시아의 중요한 국가 및 군사시설에 대해 핵 보복 공격을 불가능하게 했을 경우 ▷국가 존립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공격했을 경우 등이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시나리오로 우려한 바 있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간의 직접적 군사 대결 위험을 높인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서방 “절대 인정 못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 측의 주민투표 강행은 러시아군의 불안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점령지 내 주민투표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가디언 유튜브채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해방할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가 무슨 말을 하든 계속해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등 서방 동맹은 주민 투표 계획이 불법이고 조작 가능성이 크다며 앞다퉈 비난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공세에 대응하고 동원령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면서 “주민투표는 국제체제의 기반이자 유엔헌장의 핵심인 주권 및 영토보전의 원칙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조작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당장 또는 미래에 이들 영토를 합병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그 어떤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 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러시아와 정치 지도부, 주민투표에 관여한 이들, 국제법 위반자들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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