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00명 국장 주변서 반대 집회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국장 반대'라고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국장 장소인 니혼부도칸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국장(國葬)이 27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수도 도쿄에선 오전부터 헌화대 앞에 일반인 헌화 행렬이 길게 늘어선 한 편으로 반대 집회가 열려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NHK, 요미우리, 아사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장이 거행된 도쿄도 지요다구 니혼부도칸(日本武道館) 인근 구단자카(九段坂) 공원에 마련된 일반인 헌화대 앞으로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겨 오전 한 때 최장 1.7㎞까지 이어졌다.
27일(현지시간) 도쿄 니혼부도칸 인근에 마련된 아베 전 총리 일반인 헌화대에 헌화하려는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로이터] |
헌화대는 국화 꽃으로 둘러싸인 아베 전 총리 초상이 자리했다.
일반 조문객은 사전에 소지품 검사를 받은 뒤 헌화대에 꽃을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자녀를 동반한 부부, 학생복 차림의 모습도 있었다.
오전 6시에 온 하마다 코이치로씨는 아사히에 "(아베 전 총리가)헌정 사상 최장 8년 8개월 정도 정권을 맡았다. 국장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니혼부도칸 주변에선 오전부터 국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모여 집회를 열고 '국장' 중지를 요구했다.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아베 국장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CNA 유튜브채널] |
니혼부도칸에서 1㎞ 떨어진 도쿄·지요다구 공원에는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오전 11시 이전부터 약 300명 모여 니혼부도칸까지 시위 행진을 벌였다.
한 20대 남자 대학생은 "국장을 이대로 하는 데 의문을 느끼고 반대 의사를 보여주고 싶어 처음 데모에 참가했다”고 했고, 60대 여성은 “법적 근거가 모호한 채 국장을 강행하는 건 인정되지 않는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도 많은 데 이런 데 세금을 투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총리 국장은 1967년 요시다 시게루 이후 두번째로 55년 만이다.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아베 국장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위자들과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 [AP] |
하지만 국민 예산(BBC 추산 16억 6000엔)이 들고, 아베 노믹스로 인한 빈부 격차 심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사학 스캔들 논란 등 아베 집권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국장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를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밀어붙였다.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 피격 사망한 직후 국제사회도 충격을 받은 터라 초반에는 국장 찬성 여론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반대 여론은 높아졌다. 특히 총격으로 드러난 집권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 관계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최근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서거와 국장까지 겹쳐 양국의 조문외교가 비교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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