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절차 속전속결 추진…푸틴, 30일 합병 선언 예상
러, 핵 위협하며 전황 반전 시도…우크라 “아무 영향 없다”
[유튜브 'BBC'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령(領)으로 편입하기 위해 닷새간 치러졌던 주민투표가 27일(현지시간) 오후 종료됐다. 초기 개표 과정에서 찬성률이 최고 98%에 이르는 등 압도적 가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병을 공식 발표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군도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 없이 해당 영토 탈환을 위한 군사 작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군사 충돌은 보다 격화될 전망이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치러진 투표는 이날 오후 5시 종료됐다.
4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저녁 투표 예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앞으로 5일 내 확정된다.
전날까지 지역별 투표율은 DPR 86.89%, 헤르손 63.58%, 자포리자 66.43%를 기록했다. LPR은 이날 정오까지 90.64%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50%를 넘기면 결과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다.
모스크바 선관위 방송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약 15~20%의 투표를 개표한 결과 지역별 찬성률은 96~98%에 달했다.
이에 따라 4개 점령지 모두에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영토 합병이 가결될 것이 확실시된다.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에서는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97%의 찬성률로 가결된 선례가 있다.
러시아는 개표 결과 영토 편입안이 가결되는 대로 후속 절차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상·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며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이를 의결한 뒤, 29일 상원이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튜브 'BBC' 채널 캡처] |
크름반도 합병 시에도 투표부터 영토병합 문서 최종 서명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은 선례도 있다.
러시아는 이번 투표를 통한 영토 합병 이후 전쟁의 성격이 바뀌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은 지금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특별 군사 작전’을 벌여왔다면, 앞으로는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을 방어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러시아는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경우 모든 자위력을 쓸 수 있다는 핵무기 사용 원칙도 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국가와 국민 방어를 위해 분명히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주민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영토 탈환 공세를 지속할 계획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은 불가능해졌다”며 “러시아는 주민투표가 종료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고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말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이날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푸틴의 이번 결정이 정치와 외교, 전장의 작전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역시 이번 주민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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