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덴마크·독일 조사 착수…“긴장고조 노린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가스 배출만 1주일 소요·복구 시기 전망 어려워
27일(현지시간) 덴마크 보른홀름 인근에서 덴마크 F-16 전투기가 포착한 노르트스트림 2 해저 가스관 누출 현장. 발트해 상 위로 가스가 올라 와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이 동시다발로 손상돼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강(强)달러와 고물가로 인한 경제침체 가능성에 가뜩이나 울고 싶은 유럽에 노르트스트림이 뺨을 때린 격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이날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손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 직전에는 스웨덴 해상교통당국이 노르트스트림1에서 2건의 누출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당국은 전날 노르트스트림2에서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면서 주변 해역에서 선박 항해를 금지한데 이어 이날 사고 주변 발트해 표면 위로 누출된 가스가 직경 1㎞에 이르는 커다란 회오리를 일으키는 영상을 공개했다.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 누출로 인해 가스가 바다 표면 위로 분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뉴 사이언티스트 유튜브채널] |
노르트스트림 AG에 따르면 해저 파이프라인은 24톤 무게의 코팅된 강철 파이프 10만개로 이뤄져 있다. 직경은 1.153m다. 가스관은 해저 80~110m 깊이에 설치돼 있다. 좀처럼 구멍이 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르트스트림 AG는 “동시에 3개 가스관이 망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가스 공급 시스템의 복구 시기를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지나는 국가 정부는 사고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안 린데 스웨덴 외교장관, 오른쪽은 페테르 훌트크비스트 스웨덴 국방장관이다. [로이터] |
서방은 사고 원인으로 러시아 측의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지어 하이브리드 전쟁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사이버공격 등 비 군사적 수단을 혼합해 상대국의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출이 3곳에서 일어난다는 건 사고라고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사고가 아닌 고의적 행동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덴마크와의 접촉에서도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번 사고가 의도적인 행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마도 사보타주일 수 있다”고 했다.
27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덴마크 당국 수장들. 왼쪽부터 모르텐 뵈드스코브 국방장관,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 댄 요르겐센 기후에너지부 장관, 예베 코포드 외교장관. [EPA] |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상황의 긴장고조와 관련한 사보타주가 분명하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조차 사보타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는 전체 대륙의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다.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덴마크 에너지 청은 누출 규모가 워낙 커서 가스 배출이 중단되는 데 일주일 가량이 걸릴 것이며, 해수면이 메탄으로 가득 차 폭발 위험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독일 간 경제 협력의 상징 노르트스트림2는 지난해 연말 완공 뒤 대러 제재로 인해 독일의 승인 절차가 중단돼 가동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말 완공 뒤 천연가스 3억㎥가 채워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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