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70% “동원령은 충격·공포”…24세 미만 男, 4분의 1만 전쟁 지지
(왼쪽 사진) 러시아 정부가 발동한 동원령에 따라 강제 징집된 러시아 병사들이 전선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 사진) 반면, 동원령을 피해 국외로 도피하려는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조지아 국경에서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서구 지향적이며 현대적인 도시 인구는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한다. 반면, 가난한 저교육 계층은 국가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분열된 국가가 더 쪼개졌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 센터의 데니스 볼코프가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가디언은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두고 극명하게 갈라졌던 사회 여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동원령’을 계기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언론은 중심으로 핀란드와 조지아 등 인접국 국경에 강제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기 위해 모여든 러시아인들의 행렬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이 가디언의 분석이다.
볼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린 후 크렘린궁이 주장하고 있는 ‘특별 군사 작전’을 지지하는 러시아인 비율이 과거에 비해선 감소했지만 여전히 72%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러시아 사회는 이미 친(親)푸틴·반(反)서방 기조가 공고한 상황이었고, 이것이 동원령만으로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일각에선 러시아 관영 기관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볼코프는 러시아 사회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광범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관점이 러시아인들이 지닌 공통적 관점이라는 것이다.
가디언은 일반 러시아인들과 한 다수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고 전했다.
남편인 세르게이가 이번 동원령으로 징집됐다는 류드밀라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남편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나토와도 싸우고 있다”며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동안 공고했던 푸틴 정권에 대한 러시아인의 믿음과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란 이고르는 “나를 포함한 많은 남성들이 징역 10년형이 두려워 징병센터에 나가고 있다”며 “싸우고 싶지 않지만, 영원히 숨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상 다가온 현실에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보급 체계가 붕괴되면서, 징집병들이 자비를 들여 입대 준비를 하는 상황도 민심 악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남편이 강제 징병 대상인 우랄지역 주민 타티아나는 “남편의 입대를 위해 한달 월급인 3만루블(약 75만원)을 썼다”며 “모든 것이 엉망인 군을 보며 국가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유튜브 'Guardian News' 채널 캡처] |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별도의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에 많은 러시아인들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동원령에 대해서 만큼은 70%가 ‘공포’와 ‘충격’이라 응답했다. 특히, 24세 미만 남성의 경우엔 4분의 1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데 동의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레바다 센터 조사가 보여준 수치는 많은 러시아인들 마음 속에서 전쟁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암시한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며, 불만이 성숙하고 있는 단계”라고 해석했다.
한편, 크렘린궁 역시 이 같은 여론 분열에 대해 이미 인식하고 동원령에 따른 징집을 정부 정책에 보다 맹목적인 농촌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코프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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