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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어, 영어에 밀려 고향 아랍서도 사라질 위기…“코란에만 남을지도” [나우,어스]
“초등생 잡담 속에서도 영어·아랍어 뒤섞여”
걸프 아랍인들, 이미 일상 대화서 아랍어보다 영어 더 많이 사용
이슬람 경전 코란 존재하는 한 아랍어 살아남을 것이란 시각도
[이코노미스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 세계에서 약 4억명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랍어가 한 세기 안에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린 시기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아랍어 대화 중에도 영어와 섞어 쓰는 비중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문서상으로만 남은 사어(死語)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공용어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영어가 아랍 세계 일상에 침투하고, 아랍어 사용국 각지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아랍어 교육 체계가 무너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어에 정통한 영국의 전직 외교관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아랍어권 국가 내에서 영어 사용이 확산되면서 아랍어 교육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많은 초등학생들이 영어와 아랍어가 뒤섞인 잡담을 하고 있다. 한 세기 안에 아랍어가 일상 생활에선 사용되지 않는 언어가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소재 한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걸프지역 아랍인들은 이미 일상 대화에서 아랍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학생들의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모든 계층에 대한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나섰다. 심지어 생활 수준이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걸프 지역 부모들은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사립학교로 자녀들을 진학시키고 있다.

최근 아랍어 사용권 국가에서 내전이 빈발하고 있는 것도 아랍어의 쇠퇴를 부추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때 아랍 민족주의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가 전쟁으로 파괴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중 한 명이자, UAE 싱크탱크인 에미리트 정책 센터를 이끌고 있는 에브테삼 알-케트비 씨는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그들 고유의 언어를 지켜나가고 있지만, 아랍 세계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지역과 국가는 물론 종족에 따른 분화가 큰 아랍 세계의 특징상 아랍어가 통합된 체계를 갖지 못한 채 끊임없이 많은 방언들이 만들어지고 있단 것도 아랍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다만, 아랍인들의 정신 세계를 통합하는 구심점인 이슬람교와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이 아랍어로 표기되는 만큼 아랍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랍어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인 ‘더 리빙 아라빅 프로젝트’의 설립자 호삼 아부자는 “라틴어도 원어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세기 동안 교회 성서를 통해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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