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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방어 때문에" 외환보유액 역대 두번째 감소
올 들어 외환보유 463.5억 달러 감소
한은 “외환보유 충분...앞으로도 시장 개입”
전문가 “환 방어, 통화정책도 함께 해야”

[헤럴드경제=성연진·김광우 기자]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율 방어’에 나서느라 외환보유액이 한달 새 197억 달러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위기’ 논란을 우려한 때문인지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외환보유액이 앞으로 더 줄더라도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나거나 원/달러 환율이 펀더멘털과 괴리돼 오버슈팅(과도한 급등)될 경우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돈을 풀어 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달러 환율은 6일에도 상승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올 들어 외환보유액 463.5억달러 감소…외환위기의 3.6배

6일 한은이 발표한 9월 말 외환보유액 잔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2008년 10월 274억2000만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감소폭이다.

한은은 당시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대로 현재의 절반 수준이며, 감소율로 보자면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외화보유액 감소율은 4.5%에 그쳐 1971년 이후 32번째 수준이다.

그러나 올 들어 외환보유액은 463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 감소폭(128억3000만달러)의 3.6배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이유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 통화 외화자산 미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채 등을 팔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6.9%올라 1400원을 돌파했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 매도 개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외환당국은 2분기에만 환율방어에 154억900만달러를 쓴 바 있다. 3분기엔 이보다 더 큰 폭의 개입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이라 자신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보유액은 8월 말 기준 세계 8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인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7% 규모의 대외자산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소진으로 ‘환 방어’ 언제까지

한은은 앞으로도 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비축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효과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한미금리차 역전 이후에도 미국보다 긴축 속도를 늦출 것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소진만으로 환율을 방어하기엔 미흡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을 써 환율 방어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금리를 조금만 올리면서 외환 시장 달러개입에 나서면, 국가 신용도에 안좋은 영향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이런 상황을 다 알텐데 무모하게 금리를 안올리고 외환보유액 풀어서 환율 지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감소폭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은 필요하다. 하지만 환율 움직임과 외환보유고 감소폭을 감안한 외환시장압력지수를 살펴보면, 단기 외채 규모 등은 양호하나 환율 변동성 외환보유고 감소 속도 등은 조금 불안하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분기도 미국 통화정책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악화되면 국가 신용도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선 한은이 (미국과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이거나, 한미 통화 스왑 체결 혹은 무역수지 개선 등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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