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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자국 이익만 챙기는 美, IRA 개정하는 진짜 배경은
日, 바이든 공 들인 IPEF ‘지렛대’로 압박
EU, “대미투자 차질”“보조금 맞불” 엄포
천문학적 대미투자에도 韓 ‘목소리’ 작아
경제·기업외교, 글로벌공조 등 반성해야

미국이 마침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에 나설 모양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달 5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IR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임을 따졌을 때만해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던 미국이다. IRA를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던 미국 행정부가 왜 유연하게 자세를 바뀌었을까?

요스토시 니시무라 일본 통상산업상은 최근 언론에 “우방국들은 공급망 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IRA는) 이 같은 전략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요스토시 통산상은 ‘인도태평양경제프리임워크(IPEF)’의 첫 장관급 회담에서 IRA 관련 우려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도 전달했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지역 경제안보전략의 핵심이다.

유럽연합(EU) 무역부문 부대표인 발디스 돔브로프스키 역시 최근 캐서린 타이 대표에 “IRA를 통한 세제상의 차별은 미국과 유럽간 무역에 해(害)가 될 수 있다”며 “국제 무역기준에도 어긋나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를 전달했다.

이어 브루노 르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 주 미국의 IRA에 맞서 유럽연합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EU 등의 반발에 최근 미국 국무부 관리들도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협의 없이 추진된 IRA가 우방과의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미 시행된 IRA 개정을 위해 우방국들과 대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안보 전략 핵심은 우방과의 기술·공급망 협력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억제하는 데 있다.

IRA를 요약하면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배터리도 전기차도 모두 미국에서 조달하고 만들도록 유도해 전기차 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미국이 미래 유망 산업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자국 내 일자리까지 늘리겠다는 속셈이다.

IRA는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의 ‘요주의법인’에서 조달한 부품은 물론 핵심 광물원자재로 만든 전기차와 배터리에도 세금 혜택을 배제한다. 미국에 전기차를 팔려는 자동차 업체들은 당장 엄청난 원가상승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 중국은 리튬, 코발트, 흑연 같은 전기차 핵심 광물의 생산이나 정제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75%, 음극재 7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A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중국은 물론 전기차 산업을 육성 중인 미국의 주요 우방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IRA는 미국 만의 이익에 철저히 충실한 법인 셈이다.

일방적인 법이 상식적일리 없다. 국무부 관리와 미국 내 무역 전문가들 조차 IRA가 수입 물품을 국내산 보다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실 미국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WTO 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

한국이 IRA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잘 알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업계의 문제 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 친서(親書)까지 보내 IRA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꽤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미국의 변화에는 일본과 EU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국제협정 위반만 주로 언급했지만, 일본과 유럽은 IPEF와 자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지렛대 삼았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때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IPEF 가입을 선언했다. 우리 기업들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세계에서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가장 많이 하기로 한 곳이 한국이다. 오죽하면 국내는 외면하고 미국에만 투자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 이후,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IRA를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미 투자를 약속한 우리 기업들에 치명적인 조항을 전혀 손 보지 않았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이후 환율 급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 부담은 당시보다 훨씬 커졌다. 환율 급등으로 외환보유고 소진이 가파른 상황에서 미국은 우리와의 통화스와프 요구에도 냉담했다. 한번쯤은 ‘몽니’를 부릴 만도 했다.

물론 우리도 열심히 노력해 이끌어 낸 변화지만,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끌어 낸 것도 아니다. 이번 IRA 사태를 보면 미국은 중국만 견제할 수 있다면 일부 우방의 희생도 아랑곳 하지 않을 나라다. ‘쥐를 잡으려가 항아리를 깨트릴까 걱정하는’(投鼠忌器) 나라는 아닌 듯 싶다. 모두 미국과는 같은 편이지만, 각자의 이해관계에서는 미국에 맞서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제·기업외교 역량과 전략을 되돌아 볼 필요는 여전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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