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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C+, 하루 200만배럴 감산...치솟는 유가, 속타는 정유업계
WTI 가격 4월이후 최대폭 상승
정유업계 정제마진은 바닥수준
수요 위축 하반기 실적 큰 우려

진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하루 200만 배럴 원유 감산 결정에 다시 치솟을 조짐인 반면, 초강세를 이어가던 정제마진은 지속 곤두박질 치면서 실적 하락에 대한 국내 정유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일(현지시간)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 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 배럴 당 76.71달러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지난 사흘간 8.93달러 오르며 지난 4월 이후로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OPEC+)가 100만~200만 배럴 가량 대규모로 원유를 감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정제마진은 여전히 바닥이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소의 정제마진은 9월 셋째주 배럴 당 0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주 1.5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지난 6월 배럴 당 29.5달러까지 오르는 등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을 기록한 바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및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를 뺀 수치다. 정유사 실적의 핵심 지표로 통상 3~4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졌다.

상반기에는 리오프닝으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정제마진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급등했다. 원유 수요보다 석유제품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정제마진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상반기에만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기만에 연간 최대 실적을 갱신한 것이다.

그러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이 늘어나는 정반대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이 유가는 오르는데 소비는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가운데 중국의 소규모 정유업체들은 봉쇄 완화로 오히려 정제설비 가동률을 높이면서 석유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유가 상승으로 당장 재고 관련 이익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수요와 직결된 정제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유가가 올라가게 되면 수요 위축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여기에 OPEC+의 감산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 원유 가격이 더욱 상승할 수 있어 정유사로서는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절적인 변수도 남아있다. 유럽 지역의 가스 공급 불안으로 난방 수요가 경유 등으로 일부 옮겨갈 경우 정제마진이 소폭 상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발트해를 거쳐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드스트림 1과 2에서 지난달 26~27일 대형 폭발로 인한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이 올 겨울 가스 사용량을 예년의 13% 가량 더 줄여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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