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상식 안 통한 이상기후…베테랑 예보관조차 ‘무섭다’고 해”
‘취임 100일’ 유희동 기상청장 인터뷰
힌남노·수도권 시간당 80㎜ 폭우
한반도 엄습 기후변화 온몸 체감
슈퍼컴·예보모델·예보관 갖춰도
1년내릴비 하루에 오면 감당못해
유희동 기상청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대담=조용직 사회부장

지난달 30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유희동 기상청장은 ‘격동의 100일’을 보냈다. 역대 세 번째로 강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찾아왔고, 수도권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30여 년 동안 기상청에서만 근무하며 모든 부서를 돌아봤다는 유 청장도 올해 한반도에 닥친 기후위기에 깜짝 놀랐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에서 그를 만나 기후위기와 기상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유 청장과 일문일답.

-내부 승진으로 된 기상청장이 된 두 번째 사례라고 들었다. 달라진 점은 뭐가 있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좋다(웃음). 청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나의 장점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청장이 돼서 못 보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어 좀 무서웠다. 매일 아침마다 생각한다. 기상청에만 너무 오래 있어서 시야가 협소해지지 않게 해 달라고....

-8월에 비가 많이 왔다. 이걸 장마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올 여름 특히 예년과 다른 형태로 비가 내리면서 장마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원래 장마는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내리는 비였다.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장마는 굉장히 중요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장마가 끝나고 휴가철에 들어간다든지 해서 장마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여름 일정이 구성됐다. 그런데 올해에는 (비구름이) 군집 형태로 나타나 장마전선을 찾을 수조차 없었다. 올 가을 한국기상학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상이 어떻게 달랐나,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을 정립할 예정이다. 물론 1년 만에 끝날 프로젝트는 아닌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 내리는 열대성 소나기(스콜)와 이번 ‘8월 비’는 다른가.

▶아열대 지역은 우리나라와 기후가 다르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콜 형태로 나타나기는 하는데 스콜이랑은 좀 다르다. 스콜은 낮에 특정 지역에 굉장히 짧게 끝나는데, 우리나라는 밤에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

-올 여름은 수도권 등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간 기온과 강수량 차이도 컸다.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중부-남부지방 간 기온 차가 있었으나, 요즘 유독 심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같은 나라와 달리 지역 간 날씨 차가 그렇게 크진 않다. 예를 들어 남부지방에 농작물 수확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든가 하는 등 우리나라 절기를 바꿔야 할 수준으로 차이가 나진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여름 날씨에 대한 예보가 중요해질 것 같다. 기상청도 세계 순위권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청장님은 “전 세계 슈퍼컴퓨터가 와도 8월 비는 못 맞춘다”고 말하시기도 했다.

▶예보를 잘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 취지로 말한 것 같다. 첫 번째 예보관 역량, 두 번째 슈퍼컴퓨터(하드웨어), 세 번째 수치 예보 모델(소프트웨어)이다. 기상 데이터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필요한데, 이에 적용하는 수치 예보 모델도 정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결정을 하는 기상청 예보관의 역량이 높아야 한다.

-이상 기후 때문에 ‘3박자’가 잘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미인가.

▶(예보가) 매우 어려워졌다. 얼마 전 시간당 80㎜의 비가 내린다는 통보문을 보고 놀랐다. 내가 예보국장하던 시절에는 시간당 15㎜만 와도 큰일났다. 강수량 15㎜도 따지고 보면 많은 비다. 올해에는 1년에 내릴 비가 하루 만에 왔다.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청장으로서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본청에는 베테랑 예보관들이 많다. 근데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 ‘청장님, 무섭습니다’라고. 모든 일이 지식, 경험, 상식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실제 예보를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 아닌가 너무 무섭다는 말을 한다. 기후위기가 그 수준까지 온 것이다.

-예보관들의 부담감도 상당하겠다.

▶오래 전부터 기피 부서였다. 이상기후 때문에 예보관이 이전에 비해 1.5배는 더 필요한데, 야근이 많으니 인사철만 되면 예보관을 할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 베테랑 예보관들도 후배를 양성해야 하는데, 현업에 시달리다 보니 내부 교육하기도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도 우리나라 기상청 역량은 매우 높다.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상청장이 꿈꾸는 기상청은 어떤 모습인가.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기상청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상청으로 공부하러 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나라) 기상청 사람들에게 제대로 배우려고 공부하려고 (그들이) 한국말도 배우고(웃음), 그게 꿈이다.

정리=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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