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수차례 시사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이 방사선병 치료제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러시아와 전면적인 핵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대비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미 제약사 암젠의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치료제 엔플레이트를 2억9000만달러(약 4100억원)어치 구매했다고 밝혔다. 엔플레이트는 혈소판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ITP) 치료제로, 미국 정부가 이 치료제를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복지부는 “핵 비상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엔플레이트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방사선병이라고도 불리는 ARS는 고선량의 방사선에 전신이 노출되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내부 장기에 방사선이 침투해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는 병으로,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비상시를 대비해 약을 구매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시점과 맞물리며 우크라이나 전쟁 대비용 구매가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텔레그래프 역시 “미국 정부의 방사선병 치료제 구입 발표는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뤄졌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군 동원령을 전격 발동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다만, 미 복지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엔플레이트를 구매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 복지부 대변인은 텔레그래프에 “이는 방사성 물질로 인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서 치료제 비축은 과거부터 해 왔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 복지부는 수년간 암젠을 비롯한 여러 제약사와 협력해 류카인 등 ARS 치료제를 비축해왔다. 2017년에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함께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가 핵과 관련된 사고로 방사선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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