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에서 눈에 덮힌 도로 위를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유튜브 'Omar Di Felice'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이후 수많은 러시아인 남성들이 강제 집집을 피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이례적인 경로’를 통해 러시아를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영국 BBC 방송 러시아어 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8명의 남성이 요트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올해 중 요트를 타고 동해를 건너 한국으로 올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징집령이 내려진 직후 당초 일정보다 훨씬 빨리 앞당겨 바로 출발하게 됐다고 한다.
가디언은 “이들이 북한 영해를 벗어나 동해 먼 바다로 운항해 한국으로 들어오느라 항해에 총 5일이나 걸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남성 일랴(27) 씨는 북극권 한계선에서 200㎞나 더 북쪽으로 올라간 러시아 서부 무라만스크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해 240㎞나 떨어진 노르웨이 국경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한 다음날 일랴는 모스크바에서 친구에게 산 자전거를 가지고 무라만스크로 가는 침대 열차에 탑승했다. 그의 목표는 무라만스크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르웨이 국경도시 키르케네스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키르케네스에 도착한 일랴는 “다행히도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트라이애슬론을 훈련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유용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랴는 노르웨이의 작은 시골 마을 키르케네스에는 호텔 방이 매진됐고 이 마을의 작은 공항에서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로 가려는 러시아인들 수십명이 탑승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러시아인 2명이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배를 타고 베링해를 건너 미국 알래스카주(州) 외딴섬으로 탈출해 망명을 신청하면서 징집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인 남성들의 눈물겨운 탈출기가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인 남성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동한 ‘부분 동원령’ 이후 주변 국가로 육로를 통해 탈출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UATV' 채널 캡처] |
가디언은 러시아인들이 비자 발급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이 동원령 발동 후 단 몇 시간만에 완전 매진됐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목적지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등이다.
반정부 시위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란 수도 테헤란 역시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러시아 남성들에게는 모스크바보다 더 안전한 곳이었다. 테헤란 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출국했다는 모스크바 주민 알렉세이(25) 씨는 “가족들이 테헤란이 정말 러시아에 머무는 것보다 안전하냐고 거듭 물었었다”며 “이란을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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