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푸틴 전범자 발언은 “너무 나간 것”
“미국 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 평가
메르켈이 獨 총리라면 전쟁 막을 수 있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언론 행사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디 벨트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유럽연합(EU) 국가이면서 러시아 제재에 어깃장을 놓아 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자”라 부르고, 내년 3월에 권력을 잃을 것이라고 발언한 건 지나쳤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의 이같은 발언이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한 그는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으로만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오르반 총리는 또한 EU 행정부인 집행위의 제재 정책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대러) 제재들이 유럽에 손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러 제재가 석유, 가스 가격을 높여 러시아 재정만 배부르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에너지에 관한 한 러시아는 거인이고 우리는 난쟁이들이다. 거인을 향해 난쟁이가 제재하고 그 난쟁이가 죽으면 우리 모두가 놀랄 것”이라고 자조했다.
4연임 중인 오르반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헝가리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도 높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입장 보다 러시아 입장을 옹호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하면서다.
그는 국제사회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름(크림) 반도 병합 당시와 달리 ‘갈등’을 분리해내는데 실패했다고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정치외교술을 발휘했는데, 이는 “훌륭한 솜씨”였다고 치켜세웠다.
2014년에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 크름의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 러시아 내 크림공화국 선포 등이 이어진 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도 친러 세력이 봉기하자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등 민스크 4자 회담 구조를 만들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중재했다.
만일 메르켈이 지금도 독일 총리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지 질문을 받고, 오르반 총리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오르반 총리는 “미국 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무한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모든 것을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대규모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FT는 오르반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칭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헝가리 총리실 보좌관들은 미국 공화당이 재집권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나의 좋은 친구인 진짜 도널드 트럼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극우 인기영합주의 성향으로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는 1998∼2002년 총리를 지낸 데 이어 2010년부터 총리를 연임해 오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오르반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그를 '존경받는 사람'으로 치켜세우는 등 공개적 지지를 표명했었다.
그는 지난 8월 오르반 총리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고급 리조트로 초대하고, 뒤이어 함께 댈러스에서 열린 보수 진영 최대 행사인 '보수주의 정치 행동 회의(CPAC)'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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