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정치인들의 무신경으로 평범한 유럽인 고통”
밀러 “유럽 가스 저장률 내년 3월 5%로 떨어질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 주간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유로뉴스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이 폭발로 손상된 것과 관련해 “그들(유럽)이 원하면 (가스관)꼭지를 틀면 된다. 그러면 끝이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 재개 여부에 대해 “공은 유럽연합(EU) 코트에 있다”고 하면서다.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 주간 포럼 연설에서 발트해저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의 폭발은 미국과 폴란드, 우크라이나에 이익을 주는 “국제적 테러”라고 밝혔다.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가격에 제한을 두는 국가들에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 온 유럽 에너지 위기 관련 이미지. [스프린터 트위터 계정] |
그는 가스 가격 상한제를 언급하며,“서방 정치인들은 무신경한 결정으로 전세계 시장 경제를 파괴하고 있으며, 사실상 수십억 인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서방 지도자들에게 에너지 가격 급등의 책임을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평범한 유럽인들은 고통받고 있다”며 “중년층 같은 인구는 겨울철에 대비해 장작을 쌓아두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튀르키예에 에너지 허브를 설치하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발트해가 아닌)흑해로 옮길 수 있다”며 “튀르키예에 거대한 가스 허브를 만들어,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연료와 가스를 공급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밀러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CEO. 옷깃에 러시아군 상징 'Z' 표식을 달았다. [스프린터 트위터 계정] |
이 행사에 참석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을 향해 으름장을 놨다.
그는 “(올 겨울) 닷새에서 일주일 정도는 비정상적으로 추울 것이고 마을과 땅 전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면서 유럽이 가스 저장고를 가득 채웠더라도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유럽의 지하가스저장고 저장량이 최대 저장용량의 91% 수준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 내년 3월 5%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밀러에 따르면 가즈프롬은 겨울 가스 수요 정점기 유럽에 하루 6억~17억㎥의 가스를 공급해왔다. 그간 흐름으로 비춰봤을 때 유럽의 가스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겨울 며칠 간은 하루 8억㎥, 혹은 유럽 하루 전체 소비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가스가 부족할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유럽은 살아남겠지만 2023년과 2024년 겨울을 앞두고 저장고를 채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며 “그때는 에너지 위기가 결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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