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공군 소속 전투기 수호이(Su)-25의 모습. [Belarusian Hajun project 트위터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자신들의 핵무기를 벨라루스군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장비 제공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벨라루스 탐사 보도 매체 ‘하준 프로젝트(Hajun Project)’를 인용해 벨라루스 공군 소속 전투기 수호이(Su)-25에 러시아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기술을 이전 중이란 상세 정보가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준 프로젝트는 전날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콘스탄틴 보론초프 러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 국장의 성명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보론초프의 성명에 따르면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벨라루스에 이전하는 것은 물론, 벨라루스 Su-25 전투기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국 공국 Su-25에 러시아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또, 지난 8월 말에는 벨라루스 항공기가 러시아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반입하기 위한 장비를 갖췄다고 말했다고 하준 프로젝트는 전했다.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에 소속됐던 벨라루스는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하면서 소련이 배치했던 핵무기를 내보낸 다음 헌법에 핵무기 반입을 금지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지난 2월 개헌을 통해 핵무기 반입을 허용했다.
하준 프로젝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준비 중이라 알려진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이른바 ‘핵공유’ 체계를 갖추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 이스칸데르-M 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핵공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평시에 미국의 전술핵을 핵 비보유국에 배치해 놓았다가 전시에 전투기, 폭격기 등을 이용해서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한다는 개념이다.
한편, 벨라루스는 지난 10일 러시아와 양국 연합지역군 전개에 합의했다며 1000명 이상의 러시아 병력이 벨라루스로 배치될 것이라 발표했고, 다음날인 11일엔 벨라루스군이 대대적인 전투태세 점검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 14일 벨라루스 외무부는 자국에 ‘대(對)테러 작전체제’가 도입됐다고 밝혔다. 앞서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자국을 공격하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만큼, 이번에 도입한 대테러 작전체제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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