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무장관 “용납 불가”…중국 대사 대리 초치
中 “총영사관 보호 소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중국 영사관 앞에서 영사관 직원들이 반중 시위를 하던 홍콩계 시위자를 영사관 내로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AP]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영국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하던 시위대 한 명이 영사관 영내에서 폭행당한 사건이 영국과 중국 간 외교 충돌로 번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6일 맨체스터 주재 영국 영사관 밖에서 30∼40명이 반중 시위를 벌이던 중 시위자 1명이 영사관 영내로 끌려 들어가 구타를 당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안전이 우려돼 사건에 개입, 영사관 영내에서 피해자를 빼냈다고 밝혔다.
전날 알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시위안 맨체스터 총영사 등이 이 사건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맨체스터 주재 중국 영사관 영내에서 폭행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출입문 밖에 영국 경찰이 서 있다. [SCMP 유튜브채널] |
피해자는 35세의 홍콩계 이주민으로 이날 의원들이 주선한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영사관으로 끌려간 것이며, 영사관에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전날 중국 대사 대리를 불러들인 데 이어 이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리버리 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시위대는 영국 영토에 있었고 시위는 평화롭고 합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할 것이며 세부 내용이 나오면 그와 관련해서 뭘 더 해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맨체스터 중국 영사관 안으로 끌려 들어가 폭행을 당한 시위자 밥 찬이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등 쪽에 부상을 입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
외려 중국 정부는 영국이 총영사관 보호에 소홀했다며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시위자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질문받자 “불법 분자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 진입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영국 외교부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중국 총영사관의 안녕이 침범돼서는 안 된다면서 유효한 조치를 통해 총영사관 인원들의 안녕을 보장하라고 영국 측에 촉구했다.
정시위안 맨체스터 총영사도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시위 대응에 실망했다”고 항의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던컨 스미스(오른쪽에서 두번째) 주재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맨 오른쪽이 중국 영사관에서 폭행당한 피해자 밥 찬. [AP] |
한편 피해자인 홍콩인은 전날 스카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영사관 직원들이 나와서 문 옆에 있는 시위대 한 명을 붙잡는 걸 보고 도와주러 갔다가 내가 표적이 됐다”며 “경찰이 영사관 영내 못 들어오는 걸 알고 끌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벌어졌다”며 “문을 잡고 매달렸지만 걷어차고 때려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영사관 영내로 끌려갔고 여러 명이 때리고 걷어차는 것을 느꼈다”며 “다른 시위대가 구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얼굴이 찢어지고 멍이 들었으며 머리카락이 크게 뽑혔다. 등과 머리 등도 아픈 상태라고 했다. 사건 후 응급실에 갔지만 일을 해야 해서 11시간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아들이 한 명 있는 수리공이다.
그는 “홍콩의 가족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시위에 간 걸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