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 “유엔에서 문제 제기할 것”…군 총참모장, 미·영과 연쇄통화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 [EPA]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세가 불리해진 것으로 평가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 사용 가능성을 놓고 크렘린궁, 외교부, 국방부가 일제히 나서는 등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러시아가 전달한 정보를 서방이 불신한다고 해서 더티밤의 위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터키) 등 국방장관과의 연쇄 통화 중 우크라이나가 이를 전장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위협은 명백하다. 러시아 국방장관이 통화 상대방에게 분명히 말했다”면서 “믿거나 말거나 이제는 그들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도 이날 “우크라이나는 더티밤을 제조할 과학적,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할 동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관련 기술 전수를 위해 영국과 접촉했으며, 더티밤에 쓸 방사성 물질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등에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더티밤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도 했다.
나아가 더티밤 사용 시 유럽 거의 전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도발 목적은 러시아가 자국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고 비난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반(反)러시아 캠페인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릴로프 사령관은 또 러시아군에 더티밤 사용 가능성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다면서 “국방부는 예상되는 도발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군대가 방사능 오염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역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더티밤을 만드는 우크라이나 내 과학시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적절한 경로로 거듭 확인한 내용”이라며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제 러시아 국방장관과 각국 장관과의 통화 이후 국제기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쇼이구 국방장관 다음으로 서방과 연쇄통화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우크라인나군의 더티밤 사용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토니 라다킨 영국군 총참모장에 이어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밀리 합참의장의 통화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논의 이후 5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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