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지원, 이민자 차단 방침도 밝혀
하원서 신임안 가결…26일 상원 신임안도 무난한 통과 예상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하원 신임 표결에 앞서 진행한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Vista Agenzia Televisiva Nazionale'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우호적이거나, 파시즘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을 받던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천명했고, 파시즘에 대해 동정하거나 친밀감을 느낀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멜로니 총리는 25일(현지시간) 하원 신임 표결에 앞서 진행한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의 에너지 협박에 굴복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그것은 더 많은 요구와 협박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줘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100년 만에 등장한 극우 총리다. 극우 세력의 집권으로 이탈리아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균열을 일으킬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즘 부활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난 파시즘을 포함해 반민주적인 정권에 대해 한 번도 동정이나 친밀감을 느낀 적이 없다”며 “같은 방식으로 나는 1938년 (반유대주의적) 인종법을 이탈리아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순간으로 여긴다. 이는 우리 국민을 영원히 얼룩지게 만든 수치”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극우 정권이 유럽의 통합이나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국내외 비판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런 태도는 교훈이 필요하지 않은 이탈리아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화살을 겨눴다. 멜로니 총리는 EU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성급했다며 비난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창립 멤버로서 EU 내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것”이라며 “유럽 통합을 늦추거나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에너지 위기와 외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또한 내년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위기로 타격을 입은 가계와 기업을 위해 국가가 재정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밖에 멜로니 총리는 지중해 너머에서 몰려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물결을 차단하기 위해 아프리카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에 대한 신임안은 예상대로 하원에서 어렵지 않게 통과됐다. 하원은 이날 400명의 의원 가운데 389명이 투표에 나선 가운데 찬성 235표, 반대 154표로 신임안을 의결했다. 5명은 기권했다. 26일에는 상원 신임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라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한 상원에서도 신임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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