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세니야 代父로 알려져…“푸틴 후원자 딸도 체포할 수 있단 것 보여 줘”
러시아 TV쇼 스타 진행자이자 반(反) 푸틴 운동가였던 크세니야 소브차크(40)의 모습.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관으로 모셨던 사람의 딸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후 정적(政敵)으로서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비판해왔던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 체포 직전 구사일생으로 러시아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TV쇼 스타 진행자이자 반(反) 푸틴 운동가였던 크세니야 소브차크(40)가 항공편으로 러시아를 탈출했다.
앞서 이날 러시아 당국 수사관들은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크세니야의 저택을 급습했지만, 이미 크세니야는 자리를 뜬 이후였다.
러시아 국영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크세니야가 항공편으로 러시아를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크세니야는 두바이와 튀르키예행(行) 티켓을 구매해 수사 당국에 혼선을 주고, 실제로는 벨라루스를 거쳐 리투아니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크세니야는 그의 미디어 디렉터인 키릴 수카노프와 함께 ‘갈취’ 혐의로 연루돼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수카노프는 이미 수사 당국에 체포된 바 있다. AP는 “러시아 항공·첨단기술 기업인 로스테흐의 수장이자 푸틴의 오랜 동료 세르게이 체메조프가 갈취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수카노프 측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강력 반발하며 “당국이 독립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TV쇼 스타 진행자이자 반(反) 푸틴 운동가였던 크세니야 소브차크(40)의 모습. [로시야1 방송 화면 캡처] |
크세니야는 푸틴의 전 상관이던 아나톨리 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이다. 당시 KGB 요원 생활을 마친 푸틴은 아나톨리 소브차크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했었고,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푸틴의 정치적 스승인 만큼 소브차크 가문과 푸틴은 매우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데일리메일은 “푸틴이 크세니야 소브차크의 대부(代父)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크세니야는 사교계 명사이자 리얼리티 TV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TV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러시아’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자유분방한 사생활 때문에 러시아판 패리스 힐튼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1년부터 러시아의 독립 방송국에서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반(反)푸틴 운동가로 나섰다. 그는 2011년~2013년 열렸던 푸틴 반대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2018년엔 러시아 대선에 시민발의당 소속으로 출마해 1.7%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대선 당시 후보로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는 크세니야 소브차크의 모습. [데일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
일각에선 이번 일을 푸틴이 자신의 후원자 자녀까지도 체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번 체포영장 발부는 러시아 엘리트에겐 위험 신호”라면서 “푸틴을 후원했던 사람의 딸을 체포할 수 있다면 이제 더 이상 못 건드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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