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코타 아닌 청동상 발굴은 이례적
뜨거운 진흙탕이 “잠길 당시대로 보존에 도움”
2400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로마 시대 청동상이 온천 유적지 진흙 속에서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채 출토되고 있다. 세계 고고학계는 “매우 이례적 발견”이라며 흥분했다. [NBC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탈리아 중부 시에나에서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대 청동 조각상이 무더기로 나왔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로마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져 있는 시에나의 산 카시아노 데이 바니에 있는 온천 유적지에서 고대 로마시대의 청동 조각상 24점이 출토됐다.
24점 중 5점은 약 1m 길이로, 이들 조각상은 2300년 동안 땅속에 파묻혀 있었음에도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상태로 보존됐다.
출토된 청동상은 인근 연구소에서 복구 과정을 거치고 있다. [NBC 유튜브채널] |
이들 조각상은 모두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진흙이 완벽한 보존 환경을 만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6000개에 이르는 금, 은, 청동 동전도 함께 발굴됐다.
고고학자들은 2019년부터 이 로마 시대 온천탕 진흙 더미에서 유적 발굴을 진행 해왔다.
발굴팀을 이끈 이탈리아 고고학자인 야코포 타볼리 시에나 외국인 대학교 부교수는 "매우 중요하고 이례적인 발견"이라고 말했다.
타볼리 부교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인 히기에이아, 아폴로 등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을 묘사한 이 조각상들이 성소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을 것이라며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진흙과 돌 사이에서 고대 로마 시대 청동상을 꺼내고 있다. [NBC 유튜브채널] |
일부 유물에선 당시 지역 권력층 가문의 이름을 뜻하는 글자가 에트루리아(고대 이탈리아 지명)어와 라틴어로 새겨져 있었다.
고고학 전문가인 마시모 오산나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박물관 총책임자는 "리아체 청동상 이래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고대 지중해 역사상 청동 조각상으로는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고 했다.
리아체 청동상 2점은 1972년 이탈리아 해변도시 리아체 바닷가에서 두 다이버가 바닷속에서 발견해 건져 올린 것이다.
그리스 전사의 모습을 나타낸 한 쌍의 실물 크기 청동상으로, 가장 위대한 고고학 발굴 중 하나로 꼽힌다.
제나로 산길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예외적인 발견"이라며 "이탈리아가 거대하고 독특한 보물이 가득한 나라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출토된 유물은 복구 뒤 산 카시아노 새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