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스트레모우소프 친(親)러시아 헤르손 행정부 부수반.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친(親)러시아 행정부 부수반이 고통사고로 급사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헤르손시에서 철수를 결정한 날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행정부 수반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총리 등 친러 당국자들은 키릴 스트레모우소프 부수반이 헤르손에서 차량 충돌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정치인이었던 스트레모우소프는 3월 러시아군이 헤르손을 점령하자 곧바로 친러 단체에 가입했고 다음 달 이 지역 행정부 부수반으로 임명됐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540㎞ 떨어진 항구 도시로,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와 흑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스트레모우소프는 이 지역 이인자로서 사망 직전까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꾸준히 전황을 알리고 친러시아 성향 발언을 쏟아내며 러시아에 적극 협력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그에게 ‘용기 훈장(Order of Courage)’을 수여했다. 러시아 정부는 범죄에 맞서 싸우거나 화재 등 재난에서 인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용기와 헌신을 보여준 군인, 시민 등에 이 훈장을 수여한다.
키릴 스트레모우소프 친(親)러시아 헤르손 행정부 부수반이 사망한 교통사고 차량의 모습.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
이날의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한 러시아 당국자는 당시 스트레모우소프가 탄 차량을 몰던 운전사가 트럭과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도 이 트럭 운전사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우크라이나 저항군이 친러 인사 암살을 지속해서 시도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사고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스트레모우소프의 이날 사망 소식은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 발표와 맞물려 전해졌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현재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해 드니프로 강 동쪽 건너편에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명령했다.
로이터는 충실한 친러 인사였던 스트레모우소프의 죽음이 안 그래도 수세에 몰린 러시아에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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