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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확 낮췄습니다. TV좀 사주세요” 삼성·LG 할인 공세에 지갑 열까 [비즈360]
삼성전자·LG전자, 블랙프라이데이·월드컵 맞아 할인 행사
10년래 가장 작은 TV시장 된 듯…각사 재고 줄이려 안간힘
삼성전자의 카타르 월드컵 관련 TV 할인 세일 홍보 영상 일부[삼성디지털플라자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10년래(來) 최저 수준으로 TV 시장이 축소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세일을 진행하며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양사의 TV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완제품 재고 부담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비해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10~30% 수준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벤트 대상 주요 상품은 TV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삼성 TV 연말결산 빅 세일’을 실시, 월드컵 특수를 노린 TV 교체 판매 프로모션 등에 나섰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행사에서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LG전자도 국내에서 이달 말까지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를 실시한다. 올레드, QNED, 나노셀 TV 등 주요 TV가 대상 품목으로 적립금을 두 배로 확대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미국 법인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해 올레드TV 일부 모델을 최대 30% 할인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영국법인은 영국축구협회와 공동으로 TV, 냉장고 등 주요 품목의 월드컵 마케팅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70인치 이상 대형 TV를 중심으로 가격 할인을 대폭 진행하고 있다”며 “TV시장 불황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IFA 2022'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LG전자 제공]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러한 위기 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작년보다 3.8% 감소한 2억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또 내년 글로벌 TV 출하량을 올해보다 0.7% 감소한 2억100만대로 전망했다.

주요 기업의 시장 점유율 역시 하락하고 있다. 최근 공시된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3분기 TV 시장 점유율이 금액 기준 30.5%로, 올해 상반기(31.6%)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9년(3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LG전자도 3분기 점유율이 금액 기준 17.4%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9%)보다 1.6%포인트 줄었고, 상반기(17.6%)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TV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등 재료비가 소폭 개선됐지만, TV 재고가 쌓이면서 수익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회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5회에서 올해 3분기 말 3.8회로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기초재고와 기말재고와 평균)으로 나눠 산출한 값이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열린 'IFA 2022'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LG전자 제공]

LG전자의 경우 TV 사업을 맡은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재고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HE사업본부의 올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2조1902억원으로 상반기(1조7574억원)보다 24.6% 상승했다.

두 회사는 세트 부문 생산량을 조정해 재고 수준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은 올 1분기 84.3%에서 3분기 75.4%로 떨어졌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HE사업본부의 3분기 누적 평균가동률은 81.1%를 기록했다.

김영무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지난달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 TV 시장은 연말 성수기와 스포츠 이벤트 개최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여러 거시경제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가 공존해 실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LG전자 HE 경영관리담당은 지난달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TV 시장 수요가 올 3분기까지 전반적으로 둔화했고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둔화 현상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재고가 늘어났으며 출하량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시장 노려라…“게이밍 TV 등 틈새시장도 공략”

글로벌 TV 시장 축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위 ‘돈이 되는’ 각사의 주력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는 가운데, 게이밍 TV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스마트TV ‘틈새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V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상황이지만 초대형을 비롯한 프리미엄 TV 수요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최근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98인치를 출시한데 이어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라인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110인치 모델을 출시한데 이어 조만간 89·101인치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올해 첫 선을 보인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도 조만간 라인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전시회를 통해 77인치 OLED 패널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2년형 네오 QLED 8K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LG전자 모델들이 LG베스트샵 강남본점에 진열된 97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도 OLED TV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키로 했다. LG전자는 우선 지난 9월 출시한 세계 최대 97인치 OLED TV를 필두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이 제품은 4K(3840×2160) 해상도에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큰 OLED 화면을 적용했다. 또 5세대 인공지능(AI) 알파9 프로세서를 탑재해 영상의 입체감을 높이고, 2채널 음원을 가상의 7.1.2채널 입체음향으로 변환해 제공한다. 9월 말 출시한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 라인업인 LG QNED MiniLED 라인업은 65인치 한 제품을 제외하면 75·86인치 등 초대형 모델 위주로 구성됐다.

게이밍 역시 두 회사가 최근 공들이고 있는 분야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차세대 게이밍 스크린 ‘오디세이 아크’는 1000R(반지름 1000㎜ 원이 휜 정도) 곡률의 55형 스크린과 세로형 ‘콕핏 모드’가 특징이다. 콕핏 모드는 세로모드에서는 3개 화면, 가로모드에서는 4개 화면까지 멀티뷰가 가능하다. 게임과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 시청 등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다. 4K 해상도에 55인치 게이밍 스크린 중 처음으로 165㎐(헤르츠)의 고주사율을 지원한다.

LG전자의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 ‘LG 올레드 플렉스(FLEX)’도 지난달 국내 출시했다. 벤더블 구동 메커니즘을 통해 최대 900R(반지름900㎜ 원이 휜 정도) 범위 내에서 총 20단계로 화면이 휘어지는 정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몰입감이 더욱 중요한 게이밍 환경에서 원하는 만큼 곡률을 조절해 커브드 화면으로 바꿔가며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인 TV플랫폼(OS)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LG전자는 ‘웹OS’로 스마트 TV 플랫폼 사업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TV 시장 수요는 소비 심리와 직접적 영향이 있다”며 “글로벌 시장 수요가 반등하기 전까지는 프리미엄 제품을 바탕으로 한 각사 차별화를 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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