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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곤 포르노, ‘장경태’보다 ‘이준석’이 빛난 이유?[정치쫌!]
김 여사 대상으로 한 ‘여야 정쟁’에
‘빈곤 포르노’ 본질적 문제의식 실종
세이브더칠드런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민의힘에게는 야한 표현으로 보이나보다.”(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에서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이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빈곤 포르노’를 언급한 두 정치인에 대해 엇갈린 평이 나온다. 장 최고위원이 ‘빈곤 포르노’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촉발시켰다면, 이 전 대표는 ‘빈곤 포르노’에 대한 ‘왜곡된 논쟁’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의료 취약 계층을 방문해 홍보 수단으로 삼은 건 더욱 실례"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비판에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를 활용한 장 최고위원의 발언은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떤 여성에 대해, 그것도 영부인에 대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너무나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장 의원은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장 최고위원은 사과가 아닌 재반박을 선택했다. 장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빈곤 포로노가 비 여성적이라고 한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국민의힘에게는 야한 표현으로 보이나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장 최고위원의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징계안을 제출한 후 “국민들에게 사회 일반적으로 인식돼있는 부정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굳이 그 표현을 찾아서 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곤 포르노’ 논란은 정쟁으로 치다는 중이다. 애초 장 최고위원이 김 여사를 상대로 제기하려던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용어 자체에 대한 여야의 감정적이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장 최고위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용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저라면 이번 김 여사의 행보를 비판할 때는 다른 단어를 썼을 것”이라며 “장 최고위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단어를 사용했다는 생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위로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정치권에서 ‘빈곤 포르노’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이준석 전 대표는 오히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용어가 담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외면하고, 선정적인 단어에 집중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에서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이라며 “이성을 찾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의 넓고 다양한 수요를 일부 방송국과 연계한 빈곤포르노를 앞세운 단체들이 독점하는 지점 때문에라도 언제가 타파해야 되는 지점"이라며 "한국식 먹방은 외국에서 'Korean Food Porn'이라고 한다. 그러면 먹방 유튜버들이 포르노 배우라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지적은 ‘사회적 의제 상실’이라는 문제 의식으로도 이어진다. 본질을 왜곡한 여야의 정쟁이 특정 단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시키면서, ‘빈곤 포로노’로 대표되는 문제의식을 놓고 사회적인 토론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금 ‘Poverty Porn’이라는 상당히 앞으로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해봐야 되는 용어를 잃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재난비상위원회’가 1980년대 초 에티오피아 대기근 구호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사용한 이미지.

'빈곤 포르노'란 모금이나 후원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을 의미하는 용어다. 덴마크의 한 원조단체 대표인 외르겐 리스너는 1981년 잡지 뉴인터내셔널에 기고한 ‘불행을 파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글에서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경건함 없이 굶어서 배가 부풀어 오른 아이들을 광고에 공개하는 것은 포르노”라고 말했다.

이후 유럽비정부기구(NGO)총회는 구호기관이 다수의 세계를 묘사할 때 ‘애처로운 이미지’나 ‘편견을 부추기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강령을 채택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013년 모금 광고가 전형적인 ‘빈곤 포르노’라는 비판을 받은 후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자체 광고 윤리강령을 만들었다.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은 현재 ‘포르노’의 뜻을 1. 포르노그래피 2.특정한 주제에 대해 건강하지 않거나 관음증적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번의 예로 ‘빈곤 포르노’와 ‘푸드 포르노’를 들고 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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