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텔레그램]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1일(현지시간) ‘유로마이단’으로 불리는 2013년 친(親)서방·반(反)러시아 정권교체 혁명이 9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의지를 다지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공개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9개월간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삶이 크게 변화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땅에는 (포탄이 남긴) 구덩이들이 나타났고, 우리 도시와 마을에는 도로 차단을 위한 장애물과 대전차 방호벽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기반시설을 파괴하면서 우크라이나 각지의 거리엔 불이 꺼졌고 집들이 추위에 휩싸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시들이 파괴되고 수백만 명이 집을 떠났지만, 자유를 향한 우크라이나인의 갈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버텨나갈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병사와 주민들은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얻고자 했던 것과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돈이나 가솔린, 온수, 빛 없이 남겨질 수는 있지만, 자유가 없이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평화를 되찾은 미래에는 ‘유로마이단’의 중심지였던 키이우 독립광장에 모여서 “우크라이나의 ‘승리의 날’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유로마이단 기념행사에도 참가했다. 수도 키이우 주민들은 추위와 눈에도 꽃을 들고 시내로 나와 혁명을 기념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8년전 유로마이단 혁명에 동참했다가 정부군이 쏜 총에 남편을 잃었다는 주민 타마라 시베츠(68)는 남편과의 추억과 그가 믿었던 이상이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면서도 “우리의 미래는 과거를 기억해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을 전격 중단한 데 대한 반발로 2013년 11월 21일부터 대대적 시위가 벌어졌다.
키이우 마이단 광장에서 벌어진 첫 시위에 모인 시민은 1500명 정도였지만 이후 급격히 규모가 커졌으며, 결국 3개월만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고 친서방 정권이 세워지는 결과를 불렀다.
그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러시아를 등에 업고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이후 8년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소모적인 내전을 벌였다. 이는 올해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는 과정에서 명분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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