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시설 대신 자가격리”…온라인 서명운동
신장·난징·란저우 등서 봉쇄 항의 시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에서 학생들이 일명 ‘제로(0) 코로나’로 불리는 초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반대하며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Zecheng Show'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 전역에서 일명 ‘제로(0) 코로나’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초고강도 검역 조치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淸華)대를 비롯해 전국 각지 대학 등에서까지 학생들이 직접 시위에 나섰다.
여기에 많은 중국인들은 당국에 격리시설 대신 자가 격리를 허용해 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없고, 당국의 통제가 철저한 중국에서 당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거리로 직접 나서 시위를 벌이거나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로이터·AFP 통신 등은 27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칭화대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목격자와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한 칭화대 학생은 AFP에 “오전 11시30분 학생들이 구내식당 입구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며 “지금은 200명에서 300명 정도 있다. 우리는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 ‘PCR(유전자증폭) 검사 그만, 우리는 음식을 원한다’,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여학생이 백지를 들고 나서자 다른 여학생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백지는 중국 당국의 검열에 항의하는 행동으로 시위 참가자들은 아무 글자도 쓰지 않은 A4용지 등을 들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에서 학생들이 일명 ‘제로(0) 코로나’로 불리는 초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반대하며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Zecheng Show' 채널 캡처] |
AFP는 “칭화대 시위는 전날 밤 인근 베이징대에서 시위가 벌어진 데 이은 것”이라며 “SNS에는 다른 중국 도시에서도 벌어진 비슷한 집회를 담은 영상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은 많은 이들이 구내식당 앞에 집합하고 일부는 백지를 들고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도 같은 장소에서 ‘이것은 정상 생활이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겪었다. 우리의 일상은 이전에는 이와 같지 않았다’고 외치는 한 연사의 주변에 군중이 모여있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듯한 다른 영상에서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법치,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며 “그러나 해당 영상은 금세 삭제됐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AFP에 “칭화대 공산당 부서기가 학생들에게 얘기했고 이후 많은 학생이 그 장소를 떠나기 시작했다”며 “아직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SNS 웨이보에 따르면 일부 중국인들은 온라인 아파트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자신이나 가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정부가 운영하는 격리시설 대신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좋은 생각이라며 지지한다는 내용의 답글을 달았다. 이들은 자가격리를 하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격리시설에 가는 것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격리시설은 컨테이너 병동을 모방해 경증이나 무증상자 등을 집단 격리하는 시설인 ‘팡창(方艙)의원’이다. 팡창은 ‘네모난 객실’이라는 뜻으로 체육관 규모의 큰 공간에 간이침대를 설치해 놓고 주민들을 격리하는 시설이다.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대학생들이 일명 ‘제로(0) 코로나’로 불리는 초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Zecheng Show' 채널 캡처] |
중국 정부는 경미한 코로나19 증세가 있거나 코로나19 확진자에 노출된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이곳에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팡창은 시설이 열악한 데다 많은 인원을 한 공간에 수용하면서 오히려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NS를 통해 공유되는 팡창의 열악한 사진이나 팡창 격리기 등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 중국인은 웨이보에 팡창에 있는 2주 동안 한 번도 목욕하지 못했다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번호표를 받은 뒤 허가를 받고 갔다고 적었다. 그는 무증상 감염자 상태로 팡창에 갔는데, 2∼3일 지나면서 기침이 심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팡창에 끌려가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서명운동은 SNS에 올라오는 즉시 삭제되는 것은 물론 서명운동을 제안한 사람의 계정도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 25일에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주민들이 가두 행진에 나섰고, 전날에는 상하이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또 란저우(蘭州)와 난징(南京) 등에서도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외신들은 이들 시위가 지난 24일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10명이 숨진 것에 대한 분노가 확산하면서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중국 서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주민들이 일명 ‘제로(0) 코로나’로 불리는 초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La Vanguardia' 채널 캡처] |
앞서 우루무치 사고 직후 방역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등의 주장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퍼졌다.
당국은 해당 지역이 봉쇄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누리꾼들은 해당 지역이 봉쇄되면서 주민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