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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비 또 고비”…대한항공·아시아나, 9부 능선 넘나 [비즈360]
미국·영국 기업결합 최종 심사 결과 지연
EU·일본·중국도 지지부진…올해 넘길 듯
대한항공 통합 의지 강해…“잘 준비했다”
우기홍(왼쪽 세 번째) 대한항공 사장과 임원들이 A330 항공기의 랜딩기어 점검 과정을 살펴보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한 9부 능선을 힘겹게 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이 최근 독과점을 이유로 기업결합심사를 유예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에서도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연내 기업결합 심사를 끝내겠다던 대한항공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각국과 협조해 심사를 조속히 종결하고,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28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자진 시정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시장 의견을 청취한 뒤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CMA는 지난 15일 양 사의 합병으로 가격 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며 유예 판정을 내렸다.

이후 CMA는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 제안서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온전한 승인은 내리지 않았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주한일본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만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번 영국 판단에 대해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승인해주겠다고 했으니 순조롭게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CMA가 시장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단서를 단 것을 두고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의견을 낼 사람들은 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잘 준비해서 했기 때문에 추가로 요구한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CMA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이후에도 결합 전과 유사한 경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한항공 경영진은 협력 관계가 없던 경쟁사들에까지 신규 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이번 합병의 ‘키맨’으로 꼽히는 미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미국 법무부 지난달 중순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유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3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 절차를 ‘간편’에서 ‘심화’로 격상하고, 두 번째 자료를 요청한 데 이어 또다시 유예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 사장은 “미국에서도 추가로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승인한다고 해도 필수 신고국인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의 심사가 남았다. 대한항공은 각국에 지난해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자료를 제출하며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의 심사가 지지부진하며, 통합 항공사 출범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통합 의지가 강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한항공이 경쟁당국의 승인을 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기업결합 승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5개팀 10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 맞춤형 전략을 펼쳐가고 있다. 올해 3월까지 기업결합심사 관련 자문사 선임비용으로만 35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통합이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가 보유한 노선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노선 구성과 환승 전략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유진투자증권은 허브 경유 연결이 가능한 미주~태평양 노선의 경우의 수는 기존 1440개에서 1872개로 약 30%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밖에도 진에어를 주축으로 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탄생으로, 상용·프리미엄 수요를 대한항공이 맡고, 가격 탄력적인 레저수요를 통합 LCC로 이관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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