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진입 단면…‘고독’ 문제 사회 이슈로 부상
중국의 중년 대상 매칭 프로그램 ‘운명을 찾기에 너무 늦지 않았다(缘来不晚)’의 한 장면 [중국 랴오닝TV(中国辽宁卫视) 유튜브 갈무리]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에서 중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중국이 곧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 속에, 급속하게 늘고 있는 고령 인구의 현실이 방송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50대 이상이 참가하는 데이트 프로그램이 최소 10개 이상 제작됐다. NYT는 “노인들을 위한 데이트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장르”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젊은이들이 주로 출연하는 일반적인 매칭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녀 참가자들이 서로 자신들의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서로 외모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물론 대화의 내용은 다소 젊은층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어떤 남녀는 서로 사별 혹은 이혼한 전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연금이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도 심심치않게 오간다.
제작자들은 그간 사회에서 금기시됐던 고령층의 사회적, 낭만적 욕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 같은 중년 대상 프로그램들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운명을 찾기에 너무 늦지 않았다(缘来不晚)’의 제작자인 렁빙은 “일부 참가자들은 그간 파트너를 찾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중년의 낭만적 욕구 등에 대해) 더 이해하고 개방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중년 대상 매칭 프로그램 ‘운명을 찾기에 너무 늦지 않았다(缘来不晚)’의 한 장면 [중국 랴오닝TV(中国辽宁卫视) 유튜브 갈무리] |
중년 대상 매칭 프로그램에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과도 연결돼 있다. NYT는 “나이든 중국인들의 외로움 문제는 해가 갈 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때 자녀에게 의지해서 살았던 고령 인구가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 발전으로 자녀와 떨어져서 사는 경우가 늘고 있고,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한 노인 부양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가장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5400만명이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이혼 혹은 사별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송이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정작 참가자들 중 ‘운명’을 찾아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내는 이들은 드물다. 렁 씨는 참가자의 3분의 1이 매칭에 성공하지만, 결국 10분의 1만 진짜 커플이 된다고 밝혔다.
중년 매칭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는 한 30대 여성은 “중년 참가자들은 젊은이들처럼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고 단점을 감추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자신이 참을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알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