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통설에 음모론으로 반격
무인기 항적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국회 국방위원회.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국가 안보 문제를 두고도 여야의 공방이 정쟁으로 흐르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상공까지 날아든 북한의 무인기 사태에 대한 구조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전 정부 책임’, ‘색깔론’ 등의 비판을 여야가 주고받고 있으면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P-73은 대통령 집무실 부근의 특정 지점을 근거로 3.7㎞ 반경으로 설정됐다. 용산뿐 아니라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한다.
당시 무인기가 서울 상공 약 2~3㎞가량에서 비행한 것으로 추정되어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 청사도 충분히 촬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의 전비검열 결과, 북한 무인기의 침범 당시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탐지됐으나 무인기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정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무인기 사태를 안보 참사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군 통수권자라면 유례없는 안보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책임자의 무능과 기망을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으로 맞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민주당이 무인기 사태를 현 정부의 ‘안보 무능’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인기가 이번에 처음 넘어온 것도 아니고, 2017년 6월에 37일간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녔다. 성주 사드 기지를 정찰했음에도 지난 문재인 정권은 침투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아침에 (무인기 침투) 대비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리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데, 집권한 지 7∼8개월밖에 안 된 이 정부가 대비할 방법은 없었다"며 "대부분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서 (안보를) 소홀히 한 것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무인기 사태를 놓고 여야는 ‘북한 내통’, ‘음모론’ 등의 날선 단어를 쏟아내며 정치적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앞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토대로 은평·종로·동대문·광진·남산 일대까지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우리 군보다 북 무인기 항적을 먼저 알았다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니냐”며 “그 내용을 누구로부터 어떤 경로로 받았는지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 의원이 군 당국의 공식발표 전에 무인기의 P-73 진입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군에서 비밀정보를 입수한 건지, 다른 쪽에서 입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같은 비판을 음모론으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이 정부는 며칠 전 김병주 의원의 가능성 제기를 이적행위로 몰더니, 어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서 김 의원의 정보 입수 출처가 의심된다며 음모론을 들고나왔다”며 “윤석열 정부와 군이 거짓말과 은폐 의혹을 덮고자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을 지속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원식 의원을 향해서는 “군 출신 여당 의원은 한술 더 떠서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자백이라며 철 지난 색깔론으로 저열한 덫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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