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동부전선 바흐무트에서 정찰용 드론을 날리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의 위력을 검증하는 동시에 새로운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군사 기술 혁신의 장’이 되고 있다. 지원 받은 서방제 무기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장의 상황에 맞춰 새로운 전략과 활용법을 개발하는 등 ‘맥가이버 정신’을 발휘하면서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미국 측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HIMARS)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표적 획득 시스템을 스마트폰 앱 형태로 자체 개발했다.

이 앱은 정찰위성은 물론 감시용 드론을 통해 촬영된 다양한 전장의 이미지 등을 표적 획득 알고리즘에 제공해 포병이 우선적으로 타격할 목표물을 빠르게 선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정교한 표적 도구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앱인 만큼 빠른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드론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표적 확인 시스템 개념도 [CNN]

이 앱의 위력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동부전선 마키키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숙소를 하이마스로 공격해 89명을 사살한 데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러시아 측은 병사들이 부주의하게 핸드폰을 사용해 숙소 위치를 노출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군은 감시 드론과 표적 획득 앱을 통해 러시아군이 포탄 창고 가까운 곳에 군인들을 집중 배치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군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것은 스마트폰 앱 뿐만이 아니다.

개전 10개월을 넘어서자 비축하고 있던 미그-29와 같은 소련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러시아제 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바닥났다. 미국에서 다수의 미사일을 지원했지만 이 미사일을 소련제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부품이 없는 게 문제였다.

우크라이나 엔지니어가 찾아낸 해답은 바로 3D 프린터였다. 다양한 부품을 설계도만 있으면 정교한 설비 없이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낼 수 있는 3D 프린터는 우크라이나 군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우크라이나 군이 개전 초기 러시아의 순양함 모스크바 호를 격추하는 데 사용한 대함 미사일 ‘넵튠’도 러시아제 미사일을 자체 개량한 무기로 알려졌다. 당시 우크라이나 군은 넵튠 미사일을 드론 여러 대 사이에 숨겨 기만하는 창의적인 전술을 사용했다.

세스 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은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전술 솔루션을 위한 진정한 실험실이 되고 있다”면서 “그들의 혁신은 믿을 수 없이 혁신적”이라고 추켜세웠다. CNN은 우크라이나 군의 이러한 혁신을 ‘맥가이버’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국 무기의 실제 성능을 테스트하고 새로운 기술과 전술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전 초기 기대를 모았던 자폭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300 드론이나 대 레이더 미사일의 위력은 기대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스의 경우 시스템 개발 당시 설계 기준보다 더 자주 발사하더라도 유지 보수가 가능한 반면 M777 곡사포의 경우 발사 빈도수에 따라 정확도가 빠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미국 작전 장교는 “드론으로 전장을 빠르게 정찰할 수 있는 현대전에서 M777과 같은 견인포는 더더욱 숨기기 어려워지고 결국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방산업체를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시켜 새로운 무기와 전술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드론 업체 헥사곤의 경량 고해상도 감시 드론이 국방부의 공식 프로그램과 별도로 전장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첫 서방 주력전차인 영국 챌린저2 [로이터]

독일제 레오파드2와 영국제 챌린저2 등 서방제 주력 전차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면 현대전에서 전차의 유용성에 대해 재평가되는 계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전차들이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에 속절없이 격파되면서 한때 전차 무용론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의 대공세를 예상한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에 주력 전차 지원을 요청하는 등 다시 전차가 전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영국 총리실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챌린저2 여러대와 추가적인 포병용 무기체계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방이 지원하는 첫 주력전차인 챌린저 2의 지원 물량은 12대 수준이 유력하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레오파드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제작한 독일 측에 승인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