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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책방 개업에 책방지기들 “도서정가제 외면하더니…그래도 응원” [국회 밖]
전직 대통령 책방 개업 소식, 출판·서점 업계 화제
애독가 대통령의 마케팅 효과 기대감
현직 때 외면한 도서정가제 기억에 ‘씁쓸’ 반응도
정치권 엇갈린 시각, “정치 행보”, “사인 삶 응원”
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제공.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동네책방을 연다는 소식이 책방지기들 사이에 화제다. 전직 대통령의 책방 개업으로 인해 침체되고 있는 동네책방 시장에 활력이 돌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동네책방의 경제적 안정장치 역할을 하던 도서정가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려 했던 만큼 문 전 대통령의 책방 개업 소식에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지역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A씨는 18일 “평소 책 소개를 많이 하던 대통령이 책방을 직접 연다는 소식이 반갑고 기쁘다”면서도 “책에 관심 큰 만큼 문 전 대통령이 출판과 동네책방 시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데 관심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판 서점 업계에서 문 전 대통령은 ‘최고의 출판 마케터’로 불린다. 애독가로 소문난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도 많은 책을 추천하고,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문프셀러(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베스트셀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했지만 서점가에서만큼은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짱깨주의의 탄생 ▷한 컷 한국사 ▷지정학의 힘 ▷하얼빈 등 문 전 대통이 퇴임 후 공개적으로 추천한 책들은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출간된 신간으로, 해당 책들은 출간 초기 '문프셀러' 덕을 톡톡히 보며 베스트설러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의 책방 개업으로 인한 후광 효과에 서점가의 기대감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작 현직에 있을 때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바와 다르게 동네 책방들의 ‘권익 개선’에 소홀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방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B씨는 “문 전 대통령의 책방이 번창하길 바라고 전직 대통령이 연 책방이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으며 번창할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다독가인 것은 알고 있지만, 출판 시장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지역서점 지원 플랫폼을 도입하고 도서정가제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등 정책 보완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 된 후 2020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도서전 및 장기 재고 도서를 도서정가제 적용에서 제외하고 전자책의 경우 종이책보다 할인 폭을 넓히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출판계와 서점사업자들은 개선안을 ‘도서정가제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도서정가제 개선에 대해 전국 100여개 서점들의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는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의 동네책방들이 모여서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정부가 돌연 ‘소비자 후생’을 이유로 도서정가제를 폐지 또는 후퇴시키고 전면 재검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문 정부에서 시도했던 도서정가제 개편안은 출판·서점업계의 거센 반발에 일으키며 같은해 11월 도서정가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도서정가제 유지 타당성을 3년마다 검토해 폐지, 강화, 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도서정가제의 타당성 검토를 마쳐야 한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의 책방 개업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문 정권에서의 비리 의혹들이 튀어나오자 이젠 정치의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라며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퇴임한 대통령의 사적인 활동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책방 개업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이 사인으로 어떤 삶을 사시더라도 잘 되길 기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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