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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재해법 개정 국회 공청회…“사고 줄지 않았고, 현장도 효과 의문”
무소속 양향자 의원 주최 중대재해법 개정안 공청회
“처벌만이 능사 아님이 확인됐다…예방 초점 맞춰야”
김상민 변호사 발제…“경영자책임 인과관계 정확해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고 근로자의 안전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중대재해법) 공청회를 주최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말이다. 양 의원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이 도입된 이후 1년이 흘렀지만, 그 사이 예년과 큰 차이 없이 600명 가량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이 확인됐다”며 “이 법은 사후 처벌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축사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 248명(234건)보다 (오히려) 8명(3.2%) 많았다”며, 비판의 소리를 심층 검토해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공청회 발제를 맡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행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사고는 줄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사고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킬 수 있는 법, 예측 가능한 법, 당초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중대재해’ 개념 정의하는 문제를 도마위에 올렸다. 그는 “법 시행령을 보면 구체적 의무이행 사항 중 산업안전보건법을 원용하고 있는 것들이 상당한 등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며 “중대재해의 의미를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하게 규정해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한 나머지 본질적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훨씬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는 만큼, 중대재해 개념에도 차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도 1명 이상 사망한 경우 중대재해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이보다 중한 결과를 중대재해의 개념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양향자 의원안은 중대재해를 ‘2년 이내 반복 발생’으로 규정했는데, 현행 규정을 고려해 요건을 강화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법률상 의무 이행과 형사책임 주체로서의 ‘경영책임자’를 정의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 한 명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상 모든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전담 조직의 보좌를 받더라도 전국 각지의 사업장 사정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며 “안전보건에 있어서만큼은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위임받은 사람이 안전보건을 철저하게 챙기도록 하는 것이 사고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에 더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명피해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불이행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경영책임자가 법상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 안전보건 확보에 만전을 기하더라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사고발생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특히 누가 보더라도 근로자의 과실이나 규정 위반이 사고의 매우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때에도 (경영자 책임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과관계는 법률적 판단 문제이나, 근로자의 과실이 결정적으로 기여한 경우처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입법적으로 법 적용이 제외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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