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안철우 박사의 호르몬 미술관] 사랑의 3차 호르몬 방정식

에드바르 뭉크의 ‘키스’(1897). 클림트의 그림과 동명 제목인 ‘키스’입니다.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뭉크는 인간 내면의 고통을 형상화했던 화가로 유명하지만 이처럼 사랑의 한 장면을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역시 왠지 모르게 차갑고 냉소적인 느낌을 주는군요. 서로를 강하게 탐닉하는 연인의 모습에서 불안한 사랑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클림트의 ‘키스’가 현실에서 도피한 끝에 도착한 환상 속에서 키스를 나누는 것이라면, 뭉크의 ‘키스’는 현실의 불안감 속에서도 서로를 강렬하게 원하는 연인의 키스라고 할까요? 제 느낌은 그렇습니다.

정신적인 사랑인 플라토닉 사랑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죠. 또한 육체적인 사랑인 에로스만으로도 부족합니다. 희생과 배려의 사랑인 아가페까지 합쳐져 삼위일체를 이뤄야 사랑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호르몬의 시각에서도 그렇습니다. 내분비내과 의사들은 이야기하곤 하죠. 사랑의 방정식은 도파민, 엔도르핀, 옥시토신이라는 삼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고요. 엔도르핀은 마약성 진통제로 잘 알려진 모르핀과 구조가 비슷한 호르몬입니다. 주로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데 엔도르핀과 페닐에틸아민이 부족할 땐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병은 우울증과 만성통증입니다. 이 호르몬의 결핍이 심하면 감정을 못 느끼는 무감정증, 희소 질환인 통증을 못 느끼는 감각이상증도 유발될 수 있지요.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엔도르핀이 솟구친다’는 말을 들어보셨죠? 엔도르핀은 사랑의 감정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인체 각 기관의 노화를 막고 암세포를 파괴하며 기억력을 높여주고, 인내력을 강화해주는 작용을 합니다. 다시 말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기쁘고 즐거워집니다. 반대로 우리가 기쁘고 즐거워하면 엔도르핀이 분비되고요. 엔도르핀과 즐거움을 선순환하는 삶을 산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죠. 흔히들 많이 웃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합니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보라고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크게 웃으면 광대뼈 주위의 근육이 자극을 받아 얼굴 근육이 함께 움직이고 광대뼈 주위의 피와 신경이 뇌하수체를 자극해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해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광대뼈의 신경은 심장 위 흉선을 자극해 면역계의 총체라 할 수 있는 T-임파구를 활성화해줍니다. 이는 곧 면역력을 강화해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죠.

특이한 것은 우리의 잠재의식은 웃게 됐을 때 그것이 진짜 웃음인지, 억지웃음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억지웃음 역시 근육과 신체를 활성화해 엔도르핀이 나오고 면역 체계가 강해지는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최근 엔도르핀의 효과보다도 천 배 이상 강한, 엔도르핀의 한 종류인 다이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발견됐다 하니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더 진보하리라 기대합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binn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