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우크라의 요청이 먼저”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원을 요청한 F-16 전투기[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을 두고 미국과 동맹국 간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방문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전차 지원을 약속받은 뒤로는 장거리 타격 미사일과 전투기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 요청에 대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에선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쪽으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프랑스 주력 전투기 라팔 [AFP] |
일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비넨호프 의사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조저 W 부시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프랑스 전투기 라팔 [미 해군 유튜브] |
다만 무기 지원의 조건으로 ▷ 우크라이나가 먼저 요청해야 하고 ▷ 절대로 긴장을 고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않고 순수하게 저항을 도울 것이어야 하고 ▷결코 프랑스군의 역량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현재로서는 (프랑스에) 전투기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과 비슷한 조심스러운 발언을 내놓았다. 뤼터 총리는 “금기는 없지만 (전투기 지원이 결정된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9일 독일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주력전차를 지원한 뒤 다시 중무기 논쟁이 불거지면 국가를 향한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주력전차 레오파르트2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도 전투기 지원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따로 강조했다.
미국이 F-16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할 경우 네덜란드 등 동맹국도 지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 무기를 수입한 국가가 이를 재수출할 경우 생산국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주력 전투기 라팔이나 미라지 시리즈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어 독자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