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에서 프랑스군에 의해 촬영된 와그너그룹 용병들의 모습.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용병들이 전장 투입 전에 마약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와그너그룹 대원들의 공습을 받고 전투 끝에 살아남은 우크라이나 군인 안드리이의 경험담을 전했다. 안드리이는 러시아가 최근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와그너그룹 용병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적들은) 끊임없이 들이닥쳤다. 우리 편은 20명 정도, 저쪽 편은 200명은 되는 것 같았다”면서 “10시간 넘게 싸웠다”고 말했다.
안드리이는 바흐무트에서 상대한 와그너그룹 용병부대가 한 줄에 10명씩 30m가량으로 늘어선 뒤 정해진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땅을 팠고, 또 다른 10명 그룹이 똑같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인해전술을 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지역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와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의 모습 [@200_zoka, Zvezda news 갈무리] |
와그너그룹은 죄수들로 구성된 신입 용병을 최선전에 먼저 배치하는 방식의 전술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 탈주한 전직 용병은 이 죄수 출신 병사들이 총알받이로 소모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들 첫 부대의 탄약이 소진되거나 모두 총에 맞아 쓰러지면 이후 본격적으로 전투부대가 진입하는 방식이다.
안드리이는 이런 식의 공격에 맞닥뜨리는 것이 놀랍고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전투를 좀비 영화의 한 장면에 빗대며 “그들은 전우들의 시체를 밟으며, 쌓인 시신 위로 타고 올라왔다”면서 “그들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마약을 복용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안드리이는 당시 총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싸웠고 남은 수류탄까지 모두 던진 뒤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와그너그룹이 퇴각해 살아남았다고 했다.
전투 과정에서 안드리이의 부대가 생포한 적진의 용병이 털어놓은 와그너그룹 지원과 관련한 사연도 전했다. 원래 엔지니어였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팔다가 붙잡혔는데, 변호사를 꿈꾸는 딸의 앞날에 자신의 범죄기록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고 와그너그룹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용병은 ‘자신이 총알받이 운명이란 것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첫 번째 전투 임무에 투입됐을 때”라고 답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직장인 평균 월급의 갑절에 가까운 급여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복무하고 살아남으면 죄를 사면해주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수감자들을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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