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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K칩스법 발목 잡은 野
221건 법안 묶어 ‘수정안반영폐기’
민주당 의원 ‘법안 처리건수’ 기록
총선 앞두고 黨 평가지표에 매몰

대기업 등이 반도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발목이 잡혀있다. 협상 속내를 들여다봤더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카운팅’ 요구가 핵심 걸림돌이었다. 일단 국민의힘이 야당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한고비를 넘었으나, 국가적 수출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사익(私益) 추구’가 지렛대가 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관련기사 6·8면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 세액공제 상향을 핵심으로 한 조세특례제한법은 기재위 조세소위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올해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율을 15%(기존 8%)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세액공제율 상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으며, 정부는 해당 법안을 지난달 19일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뒤 정부와 여당이 발 빠르게 움직이자, 민주당이 여러 가지 ‘조건’을 걸며 관련법 처리가 난항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 신동근 의원 역시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는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대통령 한 마디에 정부안을 가져왔다는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법안 카운팅’ 문제다.

민주당 측은 정부가 제출한 조특법 처리에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 221건까지 모두 묶어 한꺼번에 ‘수정안반영폐기’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통상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수정안반영폐기’가 될 경우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으로 간주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은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건수와 본회의 처리 건수 등을 기록하는데, 이 때 ‘수정안반영폐기’가 된 법안은 해당 의원의 의정 성과로 기록되게 된다.

민주당 측이 이처럼 ‘법안처리 건수’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민주당 내 개별 의원 평가 지표에 ‘법안 처리 건수’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는 해당 의원의 의정 성과 지표 자료로 활용된다.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오자 야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 건수에 목을 맨 셈이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의원 평가에 법안 처리 건수를 반영치 않는다.

‘수정안반영폐기’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명단엔 고용진, 김한정, 정태호, 한병도, 김영주, 서영교, 김주영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국민의힘은 전날 해당 의원들의 법안을 모두 일괄 ‘수정안반영폐기’하는 방안에 합의해줬다. 민주당측은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가 되면 기존 법안들은 수정안반영폐기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로 보면 수정안반영폐기 건수는 2회(41건)에 그쳤으며, 200건 넘는 안건이 한꺼번에 ‘수정안반영폐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 안건 순서 교체 요청도 잦다. 민주당은 전날 조세소위 회의 1번 심의 항목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3법을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소위 민주당 법안 가운데 ‘이념색’ 짙은 법안을 첫 심의 안건으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 자금이 소요되는 시민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은 후순위로 미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날 오전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주당 신동근 간사방을 찾아 회의를 열어달라고 읍소를 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난 13일 밤 ‘14일 회의를 안 열겠다’고 국민의힘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 예정됐던 회의가 갑자기 미뤄지자 추 부총리가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었다”고 전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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