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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언 비판’에 ‘꺾이지 않는 마음’ 태영호, 전대 ‘색깔론 승부수?’
‘제주 4·3’ 김일성 지시, 망언 비판에 “어불성설” 반박
민주당 윤리위 제소, “의원직 사퇴하라”
전당대회 전 첫 연설회에서 색깔론 시동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의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가 쓴 ‘개소리에 대하여’의 첫 문장이다. 망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bullshit(허튼 소리)’이라는 영어 표현을 ‘개소리’라는 원색적인 단어로 번역한 제목이다.

최근 탈북자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망언 논란’이 한창이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 때문이다. 태 의원의 발언 4·3 유족회는 태 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태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태 의원은 ‘어불성설’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주장을 굽히지 않는 태 의원을 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색깔론 프레임’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원 태영호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재호·위성곤·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민주당은 15일 태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제주 서귀포시)와 송재호(제주시갑), 김한규(제주시을)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 의원이 후보직은 물론 국회의원직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계안 제출 후 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태 의원의 역사 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태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하며, 국민의힘은 태 의원을 징계하고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도 “제주 4·3사건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진상규명이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 때 진상 보고서가 나왔다. 진상규명의 결과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의 대량학살”이라며 “(태 의원의 발언은) 그간 이어온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 전부를 부정하는 반국가적·반국민적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4·3 사건 유족들도 강력히 반발했다. 태 의원의 발언을 사실을 왜곡한 망언으로 규정했다.

4·3 유족회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태 의원이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해 경거망동을 일삼았다”며 “4·3사건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하거나 시정할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망언이라는 비판을 오히려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공방을 이어갈 분위기다.

태 의원은 이날 제주 4.3사건에 대한 김일성 지시설은 부인할래야 부인할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며 “역사적 사실도 부인하고 오직 자기만의 주장을 절대화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망언’으로, ‘극우 색깔론’으로 악마화 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지성적인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내가 자유를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는데 집단린치를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현재 태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다.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 중 4명의 최고위원을 ‘100% 당원 투표’로 뽑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태 의원의 이번 발언은 전당대회를 겨냥한 정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태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처음 치러진 첫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본인의 이력을 활용한 색깔론을 통해 극우 성향 당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탈북 전 주영(英) 북한 공사로 현학봉 대사에 이어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서열 2위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최고위원은 하고 싶은데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다급한 듯 하다”며 “세상 모든 아픔을 쿡쿡 쑤셔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은 태도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3은 1947년 3월 1일 삼일절 기념대회에서의 경찰 발포 사건과 이어진 경찰의 과도한 검거작전 등이 도화선이 됐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한 무장봉기는 남로당 중앙당 지시 없이 남로당 제주도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에는 정부의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4·3 희생자와 유족 앞에 사과했다. 2014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주4·3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으며, 2021년 문재인 대통령 당시에는 4·3 희생자에 대한 국가 보상 준비 작업이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3 추념식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고 강력하다고 분석한다. 거짓말은 진실을 기반으로 하고 진실을 두려워하지만, 개소리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특히 개소리는 진실의 증거를 살피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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