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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1위 부자’ 마중나간 신동빈·정지선, ‘특급의전’ 한 이유 [언박싱]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걸어 다니는 명품 대통령’. 전 세계 부자 1위에 이름을 올린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난해 기준 그의 순자산만 223조원. 그가 이끄는 LVMH그룹은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스찬 디올, 펜디, 셀린느, 지방시, 티파니앤코, 불가리 등 60여 개 브랜드를 갖춘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입니다.

아르노 회장이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습니다. 2019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입니다. 20일부터 22일까지 그의 한국 일정에는 내로라하는 국내 유통기업 총수들의 ‘특급의전’이 마련됐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공식·비공식 일정을 준비, 직접 매장을 안내하며 그와 연달아 만남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이 2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아르노 회장·아르노 회장의 딸인 델핀 아르노 크리스찬 디올 최고경영자(CEO). [연합]

아르노 회장도 이번에는 백화점별로 두 개 점포를 방문했습니다. 지난번 방한 때 신세계·롯데·갤러리아, 3사 백화점별 단 한 개의 점포만 찾았던 것과 대비됩니다. 특히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방문도 새로 추가됐습니다. 아르노 회장은 자신의 딸이자, 1월 크리스찬 디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델핀 아르노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디올 특화 매장도 방문했고요. 비공개 일정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도 찾았습니다. 아르노 회장의 광폭 행보가 한국 시장을 직접 챙기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만큼 그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업계에서는 큰 비중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통기업 총수들이 책임을 지고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맞이했을까요. 실제로 LVMH가 보유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의 백화점 또는 면세점 입점 여부가 기업 전체 매출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합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 [AP]

7개 점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루이비통 매장을 갖춘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했을 정도입니다. 역대급 실적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 대신 백화점에서 너도나도 명품을 산 ‘보복 소비’가 있었습니다. ‘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간 백화점만 해도 2020년 5개에서, 2021년 10개로 2배 늘었습니다. ‘매출 1조’ 점포는 모두 이른바 3대 명품이라고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를 보유하고 있죠.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약 45만원)이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하기까지 했으니, 한국 명품시장이 그만큼 특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명품시장은 세계 10위로 성장했고, 2024년에는 규모만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천국제공항의 10년짜리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있는 면세점 입장에서도 아르노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중요해졌습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여부는 실적을 구분 짓는 핵심이 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인천공항 면세점 1·2구역, 3·4구역 복수사업자로 선정돼 관세청 2차 심사를 앞둔 신라·신세계면세점 모두 루이비통의 입점 의향서를 받은 상태입니다. 1차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도 공항이 아니라면 시내면세점에라도 명품 브랜드 유치를 해야하는 간절한 상황이고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조성되는 복층형 매장 조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이렇다 보니 인천공항에 루이비통 매장을 최초로 유치하면서 아르노 회장과 각별한 사이가 된 이부진 사장과 만남이 이번에도 비밀리에 진행됐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아르노 회장과 이부진 사장과 만남이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르노 회장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아르노 회장은 리움미술관에서 이부진 사장과 그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조성되는 복층형 부티크 매장 ‘듀플렉스 면세점’ 입성을 노리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도 아르노 회장의 ‘선물’을 기다리는 듯 보입니다. 이번 아르노 회장 방한에는 정지선 회장이 직접 아르노 회장을 의전하며 그에게 그룹 현황을 설명했습니다. 정지선 회장은 아르노 회장에게 향후 루이비통 입점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면서 명품 브랜드 유치 전쟁은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비의 양극화를 이끄는 경기 불황과 더욱 밀접하게 말이죠. 네, 명품 브랜드가 국내 유통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권력을 갖게 된 현실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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